[다시 시작이다] 은행권 '2차 M&A' 카운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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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2차 빅뱅이 막을 올릴 채비를 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부터 10년간 진행된 은행권의 이합집산이 1차 빅뱅이라면,앞으로 진행될 외환은행,국책은행,금융지주사 간 인수합병(M&A)은 2차 빅뱅이다. 특히 우리 신한 KB 하나 등 4개 금융지주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어떤 은행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향후 10년간 금융산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KB지주 주도할까
주도권을 잡겠다고 가장 먼저 나선 곳은 KB금융지주.선봉엔 선 황영기 KB금융 회장은 "지금 당장은 외환은행 인수에 주력하겠지만 이것이 전부일 수 없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황 회장은 매물로 나와 있는 산업은행과 신한 우리 하나지주 등을 겨냥해 '대등합병'이란 화두를 던졌다. 대등합병이란 어떤 은행이 다른 은행을 흡수하는 방식이 아닌,서로간의 장단점을 보완해주는 방식의 통합을 지칭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황 회장은 특히 대등합병의 대상 중 산업은행 신한금융 우리금융 등을 '빅3'로 꼽고 있다. 여기에 하나금융 기업은행 등도 합치기만 하면 KB금융으로선 상당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한국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 대표 금융회사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KB금융의 자산은 299조원인데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으려면 600조원가량으로 불어나야 가능하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하나금융 "독자 M&A 추진"
우리 하나 신한금융 등은 KB금융이 독주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각오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의 경우 지난 6월 말 취임 일성이 "임기 중 적극적 M&A를 통해 우리금융을 두 배로 키우겠다"는 것이었다. 지주회사 자산 규모가 현재 1위인 우리금융이 두 배로 성장하면 다른 금융그룹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하나금융도 뛰고 있다. 김승유 회장은 7월 말 IR(투자설명회)에서 "모든 M&A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다른 은행을 또다시 M&A하면 자산이 400조원으로 불어나 바로 1위로 등극할 수 있다.
신한금융은 겉으론 조용하다. 신한금융 스스로는 "조흥은행(신한은행과 통합)과 LG카드(현 신한카드)를 통합한 뒤 조직을 추스르고 시너지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안으론 무척이나 분주하다. KB 우리 하나금융 등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곧바로 나설 수 있도록 태세를 갖춘다는 것이 신한금융의 전략이다.
외환은행 인수가 판도 좌우
2차 M&A 대전에서 승부처는 외환은행이 될 공산이 크다. 산업 기업 우리 등 정부 소유 은행들의 M&A는 정부 방침에 따라 시기가 늦춰질 수도 있고 국내 시중은행보다 외국자본 유치를 더 선호할 수도 있다. 또 연기금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형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누구도 M&A를 장담하기 힘들다. 그러나 외환은행 M&A는 HSBC가 포기를 선언한 지난달부터 이미 시작됐다. 투자원금에다 이익금 배분압박을 받고 있는 론스타로선 내년 상반기까지는 결론을 낼 것이란 전망이 많다. KB금융과 하나금융,여기에 농협중앙회가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표명했다.
지주사 전환 및 민영화를 추진 중인 산업은행도 '성사되기만 하면 최선의 조합'이라며 기대를 갖고 있다. 외환은행은 연간 1조원의 순이익을 올릴 수 있는 알짜배기인 데다 30여곳의 해외 네트워크와 외환업무,기업금융 등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외환은행 인수에 성공하는 은행이나 지주가 리딩뱅크로 떠오르게 된다. 론스타로선 비공개로 인수희망 은행들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누가 협상에 성공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여기에다 승인권을 쥐고 있는 금융위원회가 어디에다 중점을 둬서 처리하느냐도 판세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