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직원들의 정보회의도 급격히 위축

탤런트 최진실씨의 자살을 계기로 증권가가 각종 미확인 소식을 담은 속칭 `찌라시'의 후폭풍에 떨고 있다.

`사채업 괴담' 유포 혐의로 증권사 직원들이 경찰에 줄줄이 소환되자 악성 루머의 근원지로 지목된 증권가에서는 몸을 사리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사설정보지를 돌리면 처벌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찌라시 유통이 사실상 끊겼으며 루머를 전파했던 메신저도 증권 관련 소식 이외의 정보는 좀처럼 퍼 나르지 않고 있다.

6일 경찰에 따르면 포털사이트 증권카페에 최진실씨의 `사채업 괴담' 내용을 올린 증권사 직원 A(25.여)씨가 입건된 데 이어 해당 괴담을 A씨에게 전달한 B씨와 B씨에게 전달한 C씨의 입건 여부가 검토되고 있다.

경찰이 사채업 괴담의 진원지를 찾기 위해 수사 범위를 무한정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증권가는 바짝 얼어붙은 분위기가 역력하다.

H증권 B과장은 "같은 정보회의에 나가던 한 증권사 사원이 괴담 유포 혐의로 조사를 받았고, 그 직원이 우리 모임의 다른 직원을 지목해 또 경찰서에 다녀왔다.

굴비 엮듯이 줄줄이 데려가는 모습이다"고 전했다.

그는 "메신저로 괴담을 전한 증권가 직원들이 너무 많아 경찰의 소환 대상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분위기로 봐서 경찰이 악소문의 진원지를 끝까지 추적할 것 같아 혹시 나도 조사받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는 업계 동료가 많다"고 말했다.

불안심리가 커지자 찌라시와 메신저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이후 사설정보지는 더는 돌지 않고 있으며 찌라시를 유통하면 형사입건된다는 소문도 확산하고 있다.

찌라시나 메신저가 증권가 개인들 위주로 유통되고 있어 증권사 차원의 대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으나 직원들이 스스로 자제하자는 움직임은 확산하고 있다.

증권사 직원들이 일주일에 한 번씩 식당이나 술집에서 정기적으로 모여 주식 종목 분석 등을 하는 정보회의도 위축되는 모습이 뚜렷하다.

코스닥 붐이 일던 2000년대 초반 매일 정보회의에 참석했다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정보회의가 하나로 줄었는데 그나마 오해를 받을 것을 우려해 아예 없애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의 자살로 찌라시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비난의 화살이 증권가로 집중되는 현상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에서 만든 찌라시는 2003년 노무현 정부의 근절 방침에 따라 거의 없어졌고, 정보 담당자가 사라져 찌라시를 만들 정도로 체계적이지 못하고, 정치, 기업 등을 다룰 만한 정보력도 없다는 게 업계의 항변이다.

증권사 한 홍보 담당자는 "대기업 등에서 만들어진 찌라시를 접하고 그 내용 중 일부를 메신저를 통해 주고받는 정도로 알고 있다.

그런데 증권가가 마치 찌라시의 온상인 것처럼 여겨지는 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기자 ksy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