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1차 은행 빅뱅은 인수합병(M&A)으로 은행권 판도가 얼마만큼 달라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한 편의 드라마다. 기업금융의 비중이 컸던 은행들이 몰락하고 국민은행 같은 소매은행이 부상했다는 점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미국 금융산업 재편과정과 닮았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진행될 2차 은행빅뱅에선 미국 JP모건체이스 같은 CIB(상업투자은행)이 뜰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은행의 순서는 '조-상-제-한-서'였다. 은행하면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은행을 떠올린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한보 기아 대우 등 대그룹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이들 은행이 위기에 처했다. 이들 은행에 앞서 중소형 은행 및 지방은행들이 먼저 쓰러졌으며 자산 및 부채 이전(P&A)방식으로 정리됐다. 동화는 신한은행에,동남은 주택은행에,충청은 하나은행에,경기는 한미은행에,대동은 국민은행에 1998년 넘어갔다. 1999년엔 본격적인 합병이 진행됐다. 상업과 한일이 합쳐져 한빛은행으로,장기신용은 국민은행에,보람은 하나에,충북과 강원은 조흥은행에 각각 흡수됐다. 2001년엔 주택과 국민이 합쳐져 국민은행으로,한빛은행이 평화은행을 합쳐 우리은행으로,우리은행은 광주와 경남을 포함시켜 우리금융지주로 재편됐다.

2003년엔 론스타가 외환은행 경영권을 가져갔으며 이후 제일은행과 한미은행은 SC(스탠다드차터드)와 씨티그룹에 각각 흡수됐다. 2006년엔 조흥은행이 신한은행과 통합돼 신한금융 산하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조-상-제-한-서'는 '국-신-우-하(국민-신한-우리-하나)'로 은행산업의 주도권이 바뀌었다. 소매은행과 후발은행들이 은행산업의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다. 여기에 외국자본들이 대거 은행주를 매입,주요 은행의 지분 50% 이상을 외국인들이 갖게 됐다. 또 SC제일과 한국씨티는 외국계가 직접 경영하는 은행이 됐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