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이다] 이젠 금융지주사 한판승부‥KB금융지주 출범이어 산은·기은·농협도 전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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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뱅크 워(Bank War)는 끝났다. '
국내 금융계의 판도가 은행 간 경쟁에서 금융지주사 간 승부로 바뀌고 있다.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이 최근 KB금융지주로 재편된 데 이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농협중앙회까지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우리·신한·하나금융지주 등 기존 '빅3'도 후발 주자들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발벗고 나서고 있다.
KB금융,"3년 내 국내 1위"
금융지주사 간 진검 승부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KB금융.그 중심엔 황영기 KB금융 회장이 있다. 황 회장은 지난달 29일 KB금융 출범식에서 "현재는 KB금융이 자산 299조원으로 3위이지만 인수·합병(M&A)을 통해 3년 내 국내 1위가 될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외환은행 외에 다른 은행과 '대등 합병'을 이뤄 나간다는 방침"이라며 "소매 부문이 강한 KB금융은 어디와 결합해도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황 회장은 그룹 차원의 시너지 창출을 주요 경영 목표로 설정했다. 그는 "계열사별로 분산된 고객 상품 채널을 공유하고 복합 상품을 개발할 것"이라며 "임직원들에게 시너지 평가에 따라 적절한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KB금융 계열사는 국민은행을 비롯해 KB부동산신탁,KB창업투자,KB데이타시스템,KB신용정보,KB자산운용,KB선물,KB투자증권,KB생명 등이다.
우리·신한금융 "1위 놓칠 수 없다"
우리금융그룹은 자산 규모 기준으로 1위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6월 말 우리금융의 총자산은 318조원으로 신한금융지주(304조원)보다 14조원 많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도 우리금융의 총자산은 249조원에 달해 KB금융(223조원)과 신한금융(220조원)을 앞서고 있다.
우리금융은 국내 1위를 넘어 세계적인 금융그룹으로 발전하겠다는 비전을 세웠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자산을 500조~600조원으로 늘려 세계 30위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며 "증권과 보험,파이낸셜 등 비은행 부문의 사업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금융의 자산은 90% 이상이 국내에 집중돼 있는 반면 글로벌 톱10 금융그룹들은 해외 자산 비중이 60~70%에 달한다"며 "앞으로 해외 시장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해 금융의 글로벌화를 달성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1등 지주사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은행에만 의존하는 다른 지주사들과 달리 카드와 증권,보험 등에서 골고루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상반기 비(非)은행 부문이 거둬들인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8.5% 증가한 8350억원을 기록했다. 그룹 전체 순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 34.0%에서 절반 수준(48.6%)으로 커졌다. 신한금융은 '시너지 이익'에서도 다른 지주사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시너지 이익'으로 6000억원을 올린 것으로 자체 평가했으며 올해는 7100억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하나금융,해외사업 부문 강화
하나금융은 자산 규모(161조원) 면에서는 다른 지주사에 비해 밀리지만 해외 사업에서만큼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하나금융은 중국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2003년 중국 칭다오 국제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 3000억원을 들여 중국의 대형 지방은행인 지린(吉林)은행 지분 20%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서울과 신의주, 중국의 동북 3성(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을 연결하는'신(新) 실크로드' 구상을 펼치고 있다.
하나금융은 중국 외에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해외 네트워크를 넓혀 2010년 해외자산 비중을 총자산의 10%(200억달러)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기업은행도 지주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윤용로 기업은행장은 "내년께 기업은행을 지주회사 체제로 바꿔 중소기업이 한 번만 방문하더라도 종합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지주사 전환 방향을 제시했다. 이 밖에 산업은행도 내년 초 산은지주를 설립한 이후 주식시장에 상장할 계획이다. 농협중앙회도 은행사업부문 내 카드사와 보험사를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켜 궁극적으로 농협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김태영 농협 신용부문 대표는 "증권과 선물,자산운용사를 금융투자회사로 통합하고 은행사업부문과 보험사 등을 자회사로 전환시켜 농협을 글로벌 협동조합 금융그룹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