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자회사 보유 등 규제완화 추진 기대

동부화재·대생 등 계열사 설립·편입 잇따라

정부가 보험사를 주력으로 하는 금융지주회사로 하여금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보유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 완화 및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보험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지주회사는 제조업 자회사의 지분을 5% 이상 갖지 못하도록 했으며 의결권도 제한했다. 대기업그룹에 소속된 보험사들은 이 때문에 지주사 전환을 망설여 왔지만 이제 걸림돌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이 최근 잇달아 금융 계열사를 자회사로 설립하거나 편입하고 있다. 업계에선 정부가 규제를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보험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기대가 커진 데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등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덩치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동부화재는 지난 8월 이사회를 열고 동부증권을 자회사로 편입키로 했다. 현재 14.98%인 동부증권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자회사 요건(15% 초과)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당장 금융 지주회사로 갈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화재는 동부증권 외에도 동부생명 지분을 31.29% 갖고 있고 동부건설과 동부제철 등 제조업체의 지분도 각각 13.73%,6.41%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제조업체 지분을 팔아야 하지만 관련 법규가 바뀌면 이를 팔지 않아도 된다.

대한생명 매각의 적법성을 둘러싼 예금보험공사와 한화그룹 간 국제분쟁에서 한화가 승소함으로써 대한생명을 주축으로 한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대한생명은 한화손해보험의 지분을 약 60% 갖고 있고 올해 중 한화투신운용의 지분도 100% 인수할 계획이다. 지분 관계는 없지만 한화증권도 그룹 계열사다. 여기에 한화기술금융도 있고 최근에는 제일화재까지 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다만 지주회사로 가려면 지분 정리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야 하는 만큼 단기간 내 성사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LIG손해보험은 지난 7월 말 100% 출자해 LIG투자증권을 설립했다. LIG손보는 금융 계열사가 증권사뿐이어서 당장 지주회사 전환 후보군에 오르지는 않지만 '종합 금융회사'로 가겠다는 의지는 뚜렷해 보인다.

보험지주 전환 의사를 밝힌 메리츠화재의 경우 자본금을 전액 출자한 자회사인 메리츠자산운용이 지난달 영업에 들어갔다. 메리츠화재가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종금의 지분을 각각 27.0%,5.5% 보유하고 있고 메리츠증권은 메리츠종금 지분 57.1%를 갖고 있다.

또 흥국생명(흥국생명 흥국쌍용화재 흥국투신 흥국증권 고려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등)과 현대해상(하이카다이렉트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등도 지주사 전환 후보군에 올라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