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 이후 6년 5개월來 최고치
원달러 환율 1300원대 가시권


미국 구제금융안 하원 통과 호재에도 불구, 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감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다.
장중 외환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이 나왔지만 '묻지마 사자'에 앞에선 상승폭을 다소 줄였을 뿐 방향을 틀어놓지는 못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외화유동성 부족 현상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현재의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원달러 환율 1300원대' 진입도 시간문제라고 지적한다.

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 종가보다 45.5원(3.72%)이 급등한 1269.0원으로 마감됐다.
지난 2일 하룻동안 36.5원(3.07%)이 오른 것을 합치면 원달러 환율 거래 이틀동안 82원이 상승한 것이다. 이 같은 환율 레벨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02년 5월16일 기록한 1269.8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날 환율은 미국 경기 경착륙 우려감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전거래일인 2일보다 4.5원이 상승한 1228.0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불안 심리가 확대되면서 역내외 매수세 유입으로 환율이 급등, 1250원대를 돌파했다.

오전 10시 이후 20여분동안 역내외에서 '묻지만 사자'식의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1260원과 1270원대를 연거푸 돌파한 뒤 장중 최고점인 129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환율이 1300원선으로 접근하자 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물이 출회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0분만에 34원이 급락, 1250원대 중반까지 밀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 개입 추정 물량 출회에도 불구, 불안심리에 떠밀린 매수세가 계속 유입되면서 다시 1270원선으로 재진입한 뒤 등락을 거듭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이 구제금융안을 통과시켰음에도 불구. 실효성 의문과 부동산값 침체 등의 이유로 안정 기미를 찾을 수 없었다. 여기에 주말 발표된 미국의 9월 고용지표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들어서 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9월 중 비농업 부문 일자리수는 15만9000개가 김소, 5년 반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또 미 경기 경착륙에 이어 유럽과 브릭스 국가들의 경기침체 국면돌입으로 세계 투자심리는 크게 흔들렸다.

이에 정부는 6일 아침부터 관계기관장과 은행장들이 모여 통화 스왑(맞교환)시장과 무역금융 재할인 등을 통해 시중은행에 외화유동성을 공급하고, 필요시 외환보유액을 통해 지원규모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국책은행 민영화 과정에서도 외자가 유입될 수 있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런 유동성 제고 노력에도 불구, 민감해진 투자심리를 진정시키지는 못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환율 급등은 국내 외화 유동성 문제가 아니라 세계에서 불어오는 금융불안 '외풍'에 떨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불안들이 당분간 사정을 뒤흔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딜러는 "이날 최고 1290원까지 치솟은 만큼 '환율 1300원' 고지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면서 "정부와 공기업의 외화 공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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