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부족과 이에 따른 원·달러 환율 급등의 악순환(惡循環)이 지속되고 있어 우리 경제의 앞날이 보통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원·달러 환율은 어제도 달러당 1269원까지 오르는 등 폭등세를 지속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벌써 62원이나 올랐다.

환율 급등이 우려되는 것은 우리 경제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환차손에 대한 우려로 외국 자본의 철수를 가속화시키는 데다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물가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계경기의 동반 침체로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증가 효과도 이전처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달러 부족에 따른 환율 급등에 제동을 걸기 위해 외환스와프시장에 100억달러를 풀고 은행에 50억달러를 직접 대출키로 한 데 이어 어제 은행들에 자구노력을 통해 스스로 달러 확보에 나서도록 주문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달러 부족의 주 요인은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신용경색이다. 그러나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혹시도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해 보유 달러를 쌓아 놓고 풀지 않는 등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영하는 것도 달러 부족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은행들은 정부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자발적으로 외화자산을 매각하는 등 적극적으로 달러 확보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실제 국민 우리 신한 등 3대 은행의 외화자산만도 약 700억달러에 달하는 만큼 일부 매각만으로도 상당 부분 달러 부족을 해소(解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함께 환전과 송금 수수료 인하 및 면제, 예금이자 인상 등을 통해 기업들의 해외 현지법인 보유자금과 교포자금 등을 외화예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기업도 수출확대와 해외직접투자 유치를 통해 외화가득률을 높이고 해외 예치예금은 가능한 국내로 돌리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개인들 역시 해외여행 자제 등을 통해 불요불급한 달러 소비는 자제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는 금융회사들의 외화자산 매각이나 외화예금 유치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없는지 점검, 필요하다면 과감히 풀어야 할 것이다. 모든 경제 주체가 고통을 분담한다는 자세로 이 어려운 시기를 이겨나가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