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공장 못 세우는 것도 억울한데 문화재 발굴 비용까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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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비용으로 하루 수천만원씩 들어가는데 문화재 발굴 때문에 일년 내내 붓작업만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기업 입장에선 그린벨트보다 더 무서운 게 문화재입니다. "
경남지역 소주업체인 무학은 공장 예정 부지에 문화재가 출토되는 바람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 회사는 2004년 말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 일대 1만9489㎡ 부지에 하루 100만병 생산능력을 갖춘 소주 공장을 짓기로 했으나 착공에 앞서 진행된 지표 조사에서 문화재가 나오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문화재 발굴은 기간에 대한 법적인 제한이 없는 탓에 꼬박 3년이나 걸렸다. 게다가 "청동기시대 주거지로 추정된다"는 이유로 공장 예정지의 절반에 대해 원형보전 결정이 내려진 것.발굴 비용 4억8000만원도 무학이 물어야 했다.
'문화재 발굴'에 따른 '고초'는 공기업과 공공사업도 피해갈 수 없다. 대한주택공사는 2003년 경남 진주시 평거3지구에서 문화재가 출토되면서 5년째 삽을 놓고 있다. 발굴 비용 150억원도 고스란히 주공 측의 부담이다.
'융통성' 없는 문화재 발굴 규정은 시간과 자금에 쪼들리는 중소기업들을 '문화재 훼손'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기도 한다. 중장비 부품 제조업체인 선진정공은 지난 5월 굴착기를 동원,충남 당진군 공장 예정지의 문화재 발굴 현장을 훼손했다. 미국업체와 500억원의 수출계약을 맺었는데 문화재 조사 때문에 공장조차 짓지 못하자 결국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이 회사 박성수 대표는 "발굴 기간이 제한 없이 무작정 계속될 수 있고 비용도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관련 규정을 견딜 재간이 없었다"며 "빚을 얻어 사업하는 기업가 입장도 이해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업계와 지방자치단체는 '요지부동'인 문화재 관련 규정도 급변하는 시대에 맞게 적절히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지난달 울산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현행 매장문화재 관련 법이 기업에는 대못질과 같은 규제가 되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기도 했다.
업계와 지자체의 요구는 대략 3가지다. △문화재 발굴 조사 기간을 1년 이내로 명문화 △공공의 재산인 문화재 발굴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근태 울산발전연구원장은 "기업들의 문화재 발굴 부담을 최소화하고 문화재 보존을 위해 일본처럼 발굴 조사법인을 공공 특수법인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화재청 관계자는 "가뜩이나 예산이 부족한데 문화재 발굴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라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면서 "유물과 유적이 어떤 형태로 분포돼 있는지 예측하기 힘든 만큼 발굴 기한을 명시해달라는 요구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업계 주장을 반박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경남지역 소주업체인 무학은 공장 예정 부지에 문화재가 출토되는 바람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 회사는 2004년 말 울산시 울주군 삼남면 일대 1만9489㎡ 부지에 하루 100만병 생산능력을 갖춘 소주 공장을 짓기로 했으나 착공에 앞서 진행된 지표 조사에서 문화재가 나오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문화재 발굴은 기간에 대한 법적인 제한이 없는 탓에 꼬박 3년이나 걸렸다. 게다가 "청동기시대 주거지로 추정된다"는 이유로 공장 예정지의 절반에 대해 원형보전 결정이 내려진 것.발굴 비용 4억8000만원도 무학이 물어야 했다.
'문화재 발굴'에 따른 '고초'는 공기업과 공공사업도 피해갈 수 없다. 대한주택공사는 2003년 경남 진주시 평거3지구에서 문화재가 출토되면서 5년째 삽을 놓고 있다. 발굴 비용 150억원도 고스란히 주공 측의 부담이다.
'융통성' 없는 문화재 발굴 규정은 시간과 자금에 쪼들리는 중소기업들을 '문화재 훼손'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기도 한다. 중장비 부품 제조업체인 선진정공은 지난 5월 굴착기를 동원,충남 당진군 공장 예정지의 문화재 발굴 현장을 훼손했다. 미국업체와 500억원의 수출계약을 맺었는데 문화재 조사 때문에 공장조차 짓지 못하자 결국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이 회사 박성수 대표는 "발굴 기간이 제한 없이 무작정 계속될 수 있고 비용도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관련 규정을 견딜 재간이 없었다"며 "빚을 얻어 사업하는 기업가 입장도 이해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업계와 지방자치단체는 '요지부동'인 문화재 관련 규정도 급변하는 시대에 맞게 적절히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맹우 울산시장은 지난달 울산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현행 매장문화재 관련 법이 기업에는 대못질과 같은 규제가 되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기도 했다.
업계와 지자체의 요구는 대략 3가지다. △문화재 발굴 조사 기간을 1년 이내로 명문화 △공공의 재산인 문화재 발굴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근태 울산발전연구원장은 "기업들의 문화재 발굴 부담을 최소화하고 문화재 보존을 위해 일본처럼 발굴 조사법인을 공공 특수법인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화재청 관계자는 "가뜩이나 예산이 부족한데 문화재 발굴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라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면서 "유물과 유적이 어떤 형태로 분포돼 있는지 예측하기 힘든 만큼 발굴 기한을 명시해달라는 요구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업계 주장을 반박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