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출석한 가운데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최근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을 놓고 공방전을 벌였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누적된 문제의 결과'라고 맞섰다. 첫날부터 전 정부와 현 정부 간의 대리전 양상을 보인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현 경제 위기의 상당 부분이 참여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것이라며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박종근 의원은 "지난 정부의 좌파적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시장 경제를 중심으로 한 성장정책으로 우리 경제를 뜯어고치고 선진국에 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성린 의원은 "지난 5년간 세계 경제가 최고의 호황기였는데 우리 경제 성장률은 경쟁국들 중 가장 낮았다"면서 "시장경제의 혈맥에 분열과 증오의 쇠말뚝을 박아 넣은 정책이 원인으로 이를 뽑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원인이라고 몰아붙였다. 김종률 의원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거시경제 정책을 너무 쉽게 뒤집어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면서 "지난 7개월간 오락가락한 정책의 혼선과 실패에 정부 당국자도 책임을 느껴야 할 것"이라고 공세를 폈다. 강봉균 의원도 "좌파정권,좌파정권하는데 좌파정권 10년간 상향시켜 놓은 국가 신용등급이 최근 떨어졌다. 왜 그런가"라고 꼬집었다. 강성종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강 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강 장관은 야당의 공세에 적극 해명하면서도 전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표출했다. 그는 경제위기의 원인에 대해 "(집권 이후) 몇 년간 쌓여 있는 왜곡구조를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와중에 국제 위기가 겹쳐 유동성과 실물경제에 위기가 오는 상황"이라며 일부 책임을 전 정부에 돌렸다. 추경예산안 처리와 관련해서도 "지난 6월에 정부가 급하다고 추경안과 법안을 내놨는데 석 달 동안 국회가 서로 싸우다 문도 못 열지 않았느냐"며 "그러다보니 해법을 마련치 못한 채 지금까지 왔다. 그래서 정부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도 않았다"고 정면 반박했다.

최근 외환시장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은 "외환투기세력이 한국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부의 총알(외화) 소진만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고 외환투기세력에 대한 대처를 주문했다.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도 "현재 국가신용도는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낮고 세계 금융위기로 외국인이 증시에서 이탈하는 등 1997년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라며 외환위기 가능성을 물었다.

이에 강 장관은 "정부도 (상황을) 가볍게 보고 있지 않다"며 "우리 외환시장에 투기세력이 있을 거라는 말을 최근에 들었다"고 답했다. '강 장관의 고환율 정책으로 환율 문제가 악화됐다'는 의원들의 반복된 질타에는 "내가 무슨 고환율 정책을 썼느냐"며 신경질적으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한편 강 장관은 "다음 아고라를 보나. 생생한 이야기가 많다"는 지적에 "정제되지 않은 의견들이 올라오는 데다 업무에 오히려 방해가 돼 보지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