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빼앗겼던 반도체·LCD시장 3년간 4조 투자 '태양전지'로 설욕"


일본의 1300년 고도(古都) 나라 인근에 있는 샤프의 가쓰라기 공장.1959년 태양전지를 개발한 샤프의 태양전지 생산 주력 거점이다. 지난 3일 공장 본관에 들어서자 정면에 '21세기 전기는 태양광으로부터'라는 표어가 한눈에 들어왔다. 샤프는 태양전지 시장 현황과 전망 등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해 줬고 전시관도 공개했다. 그러나 공장 라인 취재는 허용하지 않았다. 화장실에 갈 때 직원이 따라 붙을 정도로 보안은 철저했다.

샤프가 군수업체 뺨치는 보안을 유지하는 이유는 태양전지 사업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일본은 태양전지를 차세대 성장업종 1순위로 꼽아 집중 육성 중이다. 고유가와 환경 규제로 급성장할 가능성이 큰 분야라는 점에서다. 일본 기업 입장에서는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 동안 반도체 LCD(액정표시장치) 등에서 세계 1위를 빼앗겼던 한국의 삼성과 LG에 설욕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이기도 하다. 그런 전략산업인 만큼 한국특파원에게 공개를 꺼리는 건 당연했다.

최근 일본 기업들의 태양전지 투자는 '공격적'이다. 일본 최대 태양전지 업체인 샤프를 비롯해 교세라 산요전기 쇼와셀석유 미쓰비시전기 등 일본 태양전지 5개사는 향후 3년 내 3400억엔(약 4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샤프는 오사카 사카이시 바닷가에 720억엔을 투자,대규모 박막 태양전지 공장을 건설 중이다. 2010년 3월 가동 예정으로 가쓰라기 공장보다 16배 이상 넓은 120만㎡ 규모다. 교세라도 2011년까지 550억엔을 들여 태양전지 생산능력을 현재의 2배인 65만㎾로 끌어올린다. 산요전기와 쇼와셀석유는 3년 내 각각 1000억엔,미쓰비시전기는 100억엔씩을 투자할 계획이다.

샤프의 투자확대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샤프는 2000년부터 7년간 태양전지 세계시장 1위를 지키다가 작년 독일의 큐셀에 추월당했다. 원료인 폴리실리콘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큐셀은 폴리실리콘 생산량 세계 2위인 REC의 지분 17.9%를 사들여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했지만 샤프는 그렇지 못했다. 샤프가 기존 결정형 태양전지 대신 박막 태양전지에 전력투구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샤프의 무라마쓰 데쓰로 솔라시스템사업본부장은 "박막 전지는 기존 전지와 비교하면 폴리실리콘 소요량이 1% 정도"라며 "박막 전지 전용인 사카이 공장이 완공되는 2010년엔 시장 판도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이 올인 중인 태양전지는 시장 전망도 밝다. 2040년 태양광 에너지는 전 세계 전력의 25%를 생산하고,2070년엔 그 비율이 70%에 이를 것이라는 게 유럽재생에너지위원회의 예측이다. 태양광 에너지 수요는 연평균 30~40%씩 성장한다는 전망이다. 2005년 150억달러였던 태양전지 시장은 2010년 361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기업들은 태양광 발전의 걸림돌인 비싼 전력생산비용도 2010년께 풀릴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태양광 발전의 단가는 Kwh당 46엔으로 일본 평균전력 요금의 2배에 달하지만 2010년엔 23엔으로 낮출 수 있다고 샤프는 설명했다.

교세라의 이케다 이치로 마케팅부장은 "고유가와 이산화탄소 감축 추세에 따라 태양전지 수요는 앞으로 가파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태양전지야말로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비즈니스 기회"라고 강조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