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핑 안하면 팔기 어려운 상황…실효성 의문
수출입銀 30억弗 추가공급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국내 은행장들에게 외화자산 매각을 독려함에 따라 은행들은 이를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은행들의 외화표시 자산이 대부분 담보로 제공돼 있거나 덤핑 판매에 나서지 않는 한 매입 주체가 없어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6월 말 외화자산은 165억달러이며 이 중 외화증권이 13억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외화자산은 302억달러로 이 중 유가증권은 17억1000만달러이다. 신한은행은 외화자산 222억달러 가운데 유가증권이 21억7000만달러이며,하나은행은 외화자산 156억5000만달러 중 14억6000만달러가 유가증권이다.

은행들은 "그동안 외화증권 처분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 왔지만 더 처분할 것이 있는지 살펴보는 중"이라는 원론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업은행도 "현재 보유 중인 외화 유가증권은 총 13억9400만달러로 이 가운데 매각이 가능한 자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그러나 현재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외화증권을 팔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 은행 자금 담당자는 "액면가의 절반 가격에 내놓으면 모를까 현재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덤핑 처분할 경우 은행의 대외 신인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이와 함께 달러화 확보를 위해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외화예금 유치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높은 금리는 물론 잔액에 따라 환전과 송금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면서 기업들의 해외 현지법인이 보유 중인 여유 자금을 국내로 들여와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재외 동포들의 예금도 마케팅 대상으로 삼는 등 그야말로 달러화 끌어모으기를 위한 갖가지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한편 수출입은행은 지난주 20억달러를 수출 중소기업에 지원한 데 이어 이날 은행별 중소기업 지원 실적과 매입 외환,외화대출 실적 등을 토대로 30억달러를 배분했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정부 지원으로 숨통은 트이게 됐다"며 "배분받은 달러화를 이용해 기업들에 필요한 부분은 지원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