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 청산 등으로 엔화 수요 급증

글로벌 금융대란 속에 엔화 가치가 치솟고 있다. 엔화 가치는 유로화는 물론 미 달러에 대해서도 연일 급등하고 있다.

7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2.14엔 오른 달러당 101.58엔까지 치솟아 반 년 만에 101엔대에 올라섰다. 전날 뉴욕시장에선 100.30엔까지 치솟아 100엔선을 위협했다. 이날 호주가 전격적으로 금리를 내리고,글로벌 증시의 폭락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엔화는 오후에 상승폭이 좁혀지면서 102엔대에 거래됐다.

엔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유로당 3.87엔 오른 137.34엔에 거래됐다. 2006년 3월 이후 2년7개월 만에 최고치다. 유로화 가치는 유로당 1.3543달러에 거래돼 달러화에 대해서도 13개월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금융위기가 유럽으로 번진 데다 유럽 각국 정부의 금융회사 구제가 잇따르면서 달러화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 가치는 엔캐리 트레이드(금리가 싼 엔화를 빌려 고수익 외화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것)의 주요 대상 통화인 호주와 뉴질랜드 달러 등에 대해서도 6일 하루 동안 12.3%,10%씩 폭등했다. 올 7월 이후 엔화 가치는 호주달러에 대해 44%나 올랐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유럽 금융회사의 경영난이 심해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달러와 유로화 등을 처분하고 엔화를 사려는 움직임이 확산돼 엔화 가치가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경상흑자 규모가 큰 데다 금융회사들의 손실도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작아 엔화가 달러나 유로화에 비해 안전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또 글로벌 금융시장 붕괴로 해외시장의 투자 리스크가 커지면서 엔캐리 트레이드가 대거 청산,엔화를 사려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엔화 강세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엔화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스티븐 배로 수석 투자전략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엔화가 세계에서 가장 강한 통화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노 다이스케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수석 투자전략가는 "연내 엔화가 달러당 최고 90엔선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