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캐슬 3200가구 집들이 … 인근단지 매매.전셋값 '추풍낙엽'

지난 6일 서울 강동구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 아파트단지.강동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이 아파트는 총가구수 3226가구의 대단지로 지난달 26일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하지만 본격적인 이사철을 맞아 북적거려야 할 단지 내부는 썰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단지 인근에서 영업 중인 함백주 나라공인 대표는 "입주를 시작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현재까지의 입주율은 10%를 밑돈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게 된 것은 롯데캐슬의 입주물량이 2012년쯤 들어설 인근 천호뉴타운 6400가구의 절반을 넘는 물량일 정도로 많다보니 삼익그린 신동아 등 인근 아파트 단지의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시에 폭락하고 있기 때문.입주를 하려면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집값 하락으로 원래 살던 집이 팔리지 않자 이사가 계속 늦어지는데 따른 연쇄현상이다. 특히 집 주인뿐만 아니라 롯데캐슬로 옮겨가려는 세입자들도 기존 아파트 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매매가의 경우 삼익그린1차 105.6㎡형(32평형)은 올해 초 7억2000만~7억3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금은 6억원에도 매수세가 전혀 없다. 작년 입주한 프라이어팰리스 108.9㎡형(33평형)도 새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에 비해 3000만원가량 떨어진 7억원 선에서 가격이 형성돼 있다.

현재 입주 중인 롯데캐슬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캐슬 112㎡형(34평형) 가격은 올초 7억5000만원에서 현재 6억5000만원으로 1억원이 빠졌다. 85.8㎡형(26평형)도 연초보다 1억원가량 하락한 5억~5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전세가격도 마찬가지다. 암사동 인근 탑공인의 김석진 대표는 "롯데캐슬로 들어오려는 세입자들이 대거 물량을 쏟아내면서 삼익그린 신동아 등 명일동 주변 아파트 전세가격이 그야말로 폭격을 맞았다"면서 "불과 한 달 새 삼익그린 89㎡형(27평형)의 전세가가 1억7000만원에서 1억4000만원으로 3000만원 떨어졌다"고 말했다.

정상만 한서부동산 대표도 "일반적으로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원 양도기간에 가격이 가장 쌌지만 현재 가격이 조합원 양도기간이었던 지난 6월 말보다 더 떨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재건축 조합들은 소유권 이전 등기를 위해 입주 전 3개월 동안 조합원 지위 양도를 금지한다. 금지 직전에 1세대 2주택을 회피하기 위해 나온 급매물 가격보다 더 하락한 것.

이처럼 집값을 끌어내리는 '공급의 힘'은 이미 송파구 잠실에서 한 번 증명됐다. 고준석 신한은행 갤러리아팰리스 지점장은 "지난 7월부터 1만8000여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한 잠실 일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잠실의 입주물량 폭탄이 강동구 암사동 물량과 맞물려 이 일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이문용 인턴(한국외대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