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 만에 2조2000억달러(2900조원)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

6일 세계 증시는 한마디로 패닉 상태였다. 지난 주말 미국에서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법안이 통과됐지만 세계 증시는 '백약이 무효'라는 듯 바닥을 모르고 추락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추가로 총 9000억달러에 달하는 유동성 지원을 공표한 데 이어 유럽 각국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막기 위해 잇따라 예금보호 확대 방침을 내놓았지만 모두 소용없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글로벌 증시에서 사라진 시가총액은 무려 2조2000억달러에 달했다.

다우지수는 이날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0,000선을 맥없이 내주며 9955.50(-3.6%)으로 마감,2004년 10월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이된 유럽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유럽 각국 정부가 잇따라 구제금융 계획을 발표하고,독일 아일랜드 그리스 등은 개인 예금보호 조치에 들어갔지만 금융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불안감 속에 요동쳤다. 프랑스 CAC40 지수는 1988년 주가지수가 산출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낙폭인 9.04%의 하락률을 보였다.

이날 러시아 RTS지수는 19.1%,MICEX지수는 18.6% 폭락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남미 증시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장중 한때 15%가 넘는 하락폭을 보이면서 두 차례 거래가 중지되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증시는 전날 대비 5.9% 빠진 1423,멕시코 증시는 5.4% 하락한 21,749에 거래를 마쳤다.

세계 증시의 폭락 여파는 7일 오전 또다시 아시아 증시를 덮치며 중국,일본 등 주요국의 증시를 3~4%씩 끌어내렸다. 하지만 낙폭은 세계 각국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며 다소 줄어들었다.

이날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는 317.19엔(3.03%) 하락한 1만155.90엔으로 장을 마감했다. 오전 한때는 5년 만에 1만엔선이 깨지기도 했다. 4%대 급락으로 출발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낙폭을 만회하며 0.73% 내린 2157.84로 장을 마쳤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