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 외환시장에서뿐만 아니라 역외선물환(NDF)시장에서도 가수요와 투기 세력이 달러 매수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NDF시장에서 투기세력이 기승을 부릴 조짐이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을 더욱 끌어올리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가수요에 투기세력까지 가세

전문가들은 NDF시장이 서울 외환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내국인 및 외국계은행 서울지점의 NDF 참여를 일시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7일 원ㆍ달러 환율이 60원 가까이 치솟아 1328원10전을 기록한 것은 전날 뉴욕 NDF 시장에서 원ㆍ달러 1개월짜리 선물 환율이 55원이나 치솟아 1316원50전으로 뛴 데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진단했다.

뉴욕 NDF 환율(1달러=1316원50전)은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환율 1269원보다 47원50전 높은 것이다. 특히 최근 1개월물 원ㆍ달러 스와프포인트가 마이너스 7원 수준이란 것을 감안하면 NDF 환율은 서울 현물 환율보다 54원50전 높았다.

은행 외화자금 담당자들은 NDF 시장이 요동치는 것은 투기세력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뉴욕뿐 아니라 싱가포르 시장에서도 향후 원화가치 추가 하락을 예상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세력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같은 투기세력을 포함해 외국인이 NDF시장에서 최근 매수한 달러가 700억달러에 이른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국내에선 수입업체 등의 달러 가수요,해외에선 투기 수요로 인해 환율이 상승작용하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국내 달러 유동성 부족→환율 상승→국내 달러 가수요 발생→NDF시장 투기세력 가담→NDF시장 환율 급등→국내 환율 급등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NDF 규제 필요성 제기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이 NDF 시장 규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우선 내국인의 NDF 참여를 일시 제한하는 것이 유력하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NDF시장은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만 하더라도 외국인들만 참여하는 시장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1999년 4월 외환자유화 조치의 하나로 NDF시장에 국내 은행과 기업의 참여를 허용했다.

하지만 최근 외국인이 NDF시장에서 달러를 사 모으는 과정에서 국내 은행이나 기업들이 NDF시장에서 달러를 매도하는 거래를 하는 통에 국내에서 달러 유동성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NDF시장을 통해 국내에서 빠져나갔거나 앞으로 빠져나갈 달러가 20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NDF시장 거래중지 등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환투기 세력을 잡기 위한 공권력 투입이 절실하다"며 "NDF 거래중지와 같은 극단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 들어 우리 외환시장의 일평균 거래량 대비 NDF 거래비중이 높아졌으며 이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커졌다"며 "외환당국이 서울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보다는 NDF시장에서의 환투기 세력을 잡는 것이 더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수요 차단을 위해선 실수요 증빙제도를 부활시키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현재 외환시장에선 시장가격만 지불하면 누구라도 달러를 매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용어풀이>

◆NDF=Non Deliverable Forward의 약자로 역외 선물환시장이다. 1995년께부터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원ㆍ달러 선물환거래가 시작됐으며 지금은 뉴욕 런던 등지에서도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주로 한 달짜리 원ㆍ달러 선물환이 거래되고 있으며 만기가 되면 계약 선물 환율과 만기 시의 현물 환율 간의 차이만 결제한다. 외국인만 참여하는 시장이었으나 1999년 4월부터는 국내 은행 등 내국인의 참여가 허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