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등 신흥국에선 투자자금 썰물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곳곳에서 '위험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과도한 해외차입에 의존해 온 아이슬란드와 카자흐스탄 등 20여개 신흥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도 거론된다. 월가에선 한국의 국가파산 위험이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보다 높게 평가되고 있다.

유럽에서 금융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나라는 아이슬란드다. 아이슬란드 정부와 중앙은행은 금융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7일 긴급 금융대책을 잇따라 내놨다.

중앙은행은 러시아로부터 40억유로(54억3000만달러)의 융자를 받기로 러시아 정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또 국내 2위 은행인 람즈방키를 정부 관리 아래 두기로 결정했다. 중앙은행은 크로나화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크로나화 환율을 유로화에 대해 고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아이슬란드 은행들은 그동안 고객예금보다는 해외 은행이나 자본시장으로부터의 차입에 의존해 덩치를 불려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이슬란드 3대 은행의 총 자산규모는 6월 말 현재 14조4000억크로나(약 1260억달러)다. 이는 지난해 아이슬란드의 국내총생산(GDP)인 1조3000억크로나의 10배가 넘는다. 대부분 해외자산이다. 아이슬란드의 대외 채무는 2분기 말 현재 9조5500억크로나로,GDP보다 7배 이상 많다. 금융시스템이 휘청거리면서 크로나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최근 한 달 새 31% 폭락했다. 6일엔 S&P가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두 단계 낮추면서 장중 한때 달러화 대비 18%,유로화 대비 48% 곤두박질쳤다.

시장에선 아이슬란드에 이어 카자흐스탄 등 20여개국의 디폴트 소문이 돌고 있다. 유럽 각국이 겉으로는 '공조'를 내세우면서도 자국민 예금보호를 선언하는 등 '제 살길'을 찾아 나서자 자생력이 약한 국가들이 부도위기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일머니가 풍부한 일부 국가를 제외한 나머지 신생 자원국들은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달러 유입이 줄어든 데다,외국인 투자자금마저 이탈해 심각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블룸버그와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의 경우 6일 부도위기를 보여주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스프레드가 5.38%포인트로 9월 초 이후 130%,이달 들어서만 23.6%나 높아졌다.

박성완/서정환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