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총수들이 불황의 장기화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미국은 물론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실물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어서다. 그동안 내수 부진을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로 메워왔지만,당분간은 지금까지와 같은 실적을 기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소비경기 위축 여파가 환율 효과보다 훨신 크다는 것이 수출기업들의 설명이다.


◆전자·자동차·철강업계도 빨간불

지금까지 그런대로 선방해 온 전자,자동차,철강 등 한국의 수출 주도업종들이 글로벌 실물경기의 급속한 침체로 일제히 비상이 걸렸다.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미국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2만476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줄어들었다. KOTRA 관계자는 "소비심리 위축 앞에는 장사가 없다"며 "끄떡없어 보이던 일본 자동차업체 혼다와 닛산의 9월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4%와 37%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전자업종 기업들도 소비심리 위축의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미국 시장의 경우 올 연말까지 TV,휴대폰 등 주요 제품의 수요가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 유통업체들이 예년에 비해 적은 물량을 상반기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납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수준의 매출을 맞추려면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중국 업체들의 밀어내기 물량 공세가 본격화돼 바짝 긴장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국 내수의 부진으로 지난 8월 한 달 동안 중국 철강업체들이 후판(厚板)과 열연강판 등 철강제품 820만t을 한꺼번에 해외로 밀어냈다"며 "이 가운데 한국에만 187만t이 들어와 국내 철강업체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철강제품 수출이 늘게 되면 국내 철강 가격이 떨어져 주요 업체들의 실적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적전망,수요예측도 일제히 하향

우리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을 7391억원과 3288억원으로 각각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줄곧 1조~2조원의 분기 영업이익을 올렸던 것을 감안하면 '어닝 쇼크' 수준이다. 지난 2분기 889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LG디스플레이는 4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시장조사기관들도 이미 내놓았던 예측치를 수정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 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 서치는 지난 1분기 2008년과 2009년 TV용 LCD 세계 시장 규모를 451억달러와 476억달러로 각각 전망했었다. 하지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최근 이 예측치를 407억달러와 431억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등 다른 수출 품목들의 시장 전망도 대체로 부정적인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