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환자유화 조치 무기연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정부가 국내 금융시장의 극심한 혼란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외환자유화 조치를 전격 중단키로 한 것을 비롯해 환투기세력에 대한 감시 강화책,증시대책 등을 검토키로 했다.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청와대에서도 하루 종일 긴장감이 흘렀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이 이틀에 걸쳐 각각 은행장,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관계자들과 연쇄 면담을 갖는 등 시장 안정화 노력을 기울였지만 좀처럼 불안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청와대 서별관에서 열린 긴급 거시정책협의회(서별관회의)에서도 투기 세력 개입 등 왜곡된 반응의 요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찾고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날 회의에는 강 장관이 국정감사를 받는 도중 일부 야당 의원들의 항의를 뒤로 하고 회의에 참석하는가 하면,원래 멤버가 아닌 한승수 국무총리가 직접 회의를 주재하는 등 평상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참석자들은 시장 상황에 대한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고 6단계로 짜여진 정부의 컨틴전시 플랜(특정 상황이 오기 전에 미리 세워 두는 위기관리대책)을 점검했다.
회의가 끝난 뒤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생각하는 진정한 위기는 차입이 막힌 은행들이 환 위험을 감수하고 직접 외환시장에 들어가 현물로 달러를 사서 부채를 갚아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는 것"이라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정부는 실수요 이외의 외환거래를 중단시키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금 시장이 위기로 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나눠보자면 지금은 은행이 자기신용이나 담보 제공으로 수월하게 외화 자금 조달이 가능한 단계를 지나 더 이상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서 보유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까지 온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악의 상황까지를 가정한 각각의 비상 조치들이 준비돼 있으며,언제 어느 정도의 대책을 내놓을지를 하나하나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올 연말까지 완료할 예정이었던 2단계 외환자유화 조치를 현 시점에서 '올스톱'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대외채권회수의무 폐지,소액 외환거래 전면자유화 등 연내 입법화하기로 했던 규제완화 계획들이 무기한 연기된다. 자유화 조치를 언제 다시 시작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약이 없고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라는 단서만 있다.
정부는 다만 이미 푼 외환규제를 원상복구하거나 자유화 대상으로 검토돼 온 규제를 오히려 강화하는 식의 '외환거래 통제정책'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도 외환거래 자유화라는 큰 흐름 자체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미 자유화된 것을 소급해서 규제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식/차기현 기자 sskiss@hankyung.com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청와대에서도 하루 종일 긴장감이 흘렀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이 이틀에 걸쳐 각각 은행장,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관계자들과 연쇄 면담을 갖는 등 시장 안정화 노력을 기울였지만 좀처럼 불안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청와대 서별관에서 열린 긴급 거시정책협의회(서별관회의)에서도 투기 세력 개입 등 왜곡된 반응의 요인이 무엇이었는지를 찾고 대응책을 마련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날 회의에는 강 장관이 국정감사를 받는 도중 일부 야당 의원들의 항의를 뒤로 하고 회의에 참석하는가 하면,원래 멤버가 아닌 한승수 국무총리가 직접 회의를 주재하는 등 평상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참석자들은 시장 상황에 대한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고 6단계로 짜여진 정부의 컨틴전시 플랜(특정 상황이 오기 전에 미리 세워 두는 위기관리대책)을 점검했다.
회의가 끝난 뒤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생각하는 진정한 위기는 차입이 막힌 은행들이 환 위험을 감수하고 직접 외환시장에 들어가 현물로 달러를 사서 부채를 갚아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는 것"이라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정부는 실수요 이외의 외환거래를 중단시키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금 시장이 위기로 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나눠보자면 지금은 은행이 자기신용이나 담보 제공으로 수월하게 외화 자금 조달이 가능한 단계를 지나 더 이상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서 보유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까지 온 것으로 판단된다"며 "최악의 상황까지를 가정한 각각의 비상 조치들이 준비돼 있으며,언제 어느 정도의 대책을 내놓을지를 하나하나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올 연말까지 완료할 예정이었던 2단계 외환자유화 조치를 현 시점에서 '올스톱'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대외채권회수의무 폐지,소액 외환거래 전면자유화 등 연내 입법화하기로 했던 규제완화 계획들이 무기한 연기된다. 자유화 조치를 언제 다시 시작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약이 없고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라는 단서만 있다.
정부는 다만 이미 푼 외환규제를 원상복구하거나 자유화 대상으로 검토돼 온 규제를 오히려 강화하는 식의 '외환거래 통제정책'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도 외환거래 자유화라는 큰 흐름 자체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미 자유화된 것을 소급해서 규제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식/차기현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