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패닉] "전염의 공포 확산" 美ㆍ유럽 '블랙 먼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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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실물경제 옮겨붙나" 폭락 도미노
유로화 13개월만에 최저치…금값은 급등
미국 다우지수 10,000선이 6일 붕괴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이날 유럽증시는 7~9%의 급락세를 보였고 신흥시장을 대표하는 러시아(-19%)와 브라질 증시(-11%)도 폭락했다.
금융위기가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로 전염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국제유가도 8개월여 만에 배럴당 90달러가 붕괴됐다. 반면 안전자산을 쫓아 금값은 5% 이상 급등했다. 또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가 달러당 101엔 아래로 급등하고 유로화 가치는 급락하는 등 외환시장도 혼란 상태로 치닫고 있다.
◆전 세계가 공포 분위기
다우지수는 이날 오전 10시4분(현지시간) 9999.62로 325.76포인트(3.15%) 급락하며 10,000선이 붕괴됐다. 다우지수가 10,000선 밑으로 내려가기는 2004년 10월26일(9888.48) 이후 처음이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50을 초과해 공포 분위기가 뉴욕 증시를 뒤덮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날부터 은행권에 유동성 공급 규모를 확대해 연말까지 9000억달러로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투자심리를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 주말 미 의회가 70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유럽에서 은행들의 예금지급 보증과 구제금융 등 미국과 꼭 닮은 금융위기 상황이 진행되면서 글로벌 경제 침체 우려가 고조된 데 따른 것이다.
"전염의 공포가 매일 확산되고 있다"(아발론파트너스의 피터 카딜로 수석이코노미스트) "시장 곳곳에서 패닉을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의 공포를 잠재우기 위해 정부가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믿음을 주기엔 부족하다"(스페인 방코BPI의 자비에르 바리오 주식담당)는 분위기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실제 독일 2위 모기지은행 히포레알에스테이트는 독일 사상 최대 규모인 500억유로의 구제금융 결정에도 불구하고 장 초반 48%까지 폭락했다. 유럽 최대 은행인 UBS도 3분기에 31억달러를 추가 상각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10% 빠지기도 했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FTSE100은 2004년 9월28일 이래 장중 최저치를 경신했으며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의 CAC40 주가지수,독일 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의 DAX 지수도 하락폭이 7~9%대에 달했다. CAC40 지수의 하락폭(9.04%)은 사상 최대다.
◆유가 추락,금값 급등
글로벌 경제에 불황의 그늘이 깊어지면서 유가는 급락한 반면 안전자산 선호로 금값은 급등하는 등 상품시장도 요동쳤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개장 전 전자거래에서 배럴당 88.89달러에까지 거래되며 지난 2월 이후 처음 배럴당 90달러 밑으로 내려갔다. WTI는 지난 7월11일의 사상 최고가인 배럴당 147.27달러에서 40% 가깝게 하락했다.
유가 하락은 미국의 경제 성장 둔화로 석유수요가 거의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유럽으로 신용위기가 확산돼 세계적인 경기 침체 공포가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반면 금 가격은 5% 이상 급등세를 타 온스당 875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유로 급락,엔화 급등
유로화 가치가 달러화 대비 13개월래 최저치까지 추락한 반면 엔화는 급등세를 타는 등 국제 외환 시장도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이날 유럽 정부의 금융회사 구제가 잇따르면서 달러화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유로화 가치는 급락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1.3543달러에 거래됐다. 작년 8월 이후 최저치다. 유로화 가치는 지난 한 주 동안 달러화에 대해 5.6% 떨어져 주간으로는 유로화 도입 이후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기축통화인 달러 수요가 크게 늘어 유로화 가치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은행들이 달러화 단기 차입에 나서고 있고,유럽 정부도 금융회사 지원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달러화 수요가 더욱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본 엔화 가치는 급등했다. 이날 엔화 가치는 달러당 100.30엔까지 강세를 나타냈다. 다우지수가 10,000 아래로 폭락함에 따라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매물이 대규모로 나오며 엔화 가치를 끌어올렸다.
오광진/유병연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