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 액수 놓고 실랑이도

금융위기와 집값 하락,대출금리 급등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건설업체를 상대로 한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의 분양계약해지 요구가 급증하고 있다.

7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지역의 경우 아파트 값이 작년 초 고점 대비 최고 20~30%의 하락세를 보이자 건설 중인 아파트 단지에서 해약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계약 당시에는 투자가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가 최근 주택시장 거품붕괴 우려가 높아지자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해약을 하겠다는 계약자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용인시 동천동에서 3.3㎡당 1700만~1800만원에 아파트를 분양한 A사에는 요즘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주변 아파트 시세가 3.3㎡당 1200만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시세 차익을 얻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용인시 상현동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B사와 성복동 C사도 마찬가지다. 건설사 관계자는 "중도금 이자 후불제라도 대부분 변동금리여서 금리상승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주변 집값은 떨어지는데 이자부담은 커지니까 해약민원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자유구역 바람을 타고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던 인천 송도와 청라지구 아파트 단지도 예외는 아니다. D건설 관계자는 "해약이 가능하냐는 문의가 하루에도 10~20통씩 걸려오는데 뾰족한 해결책이 없어 난감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계약금을 대폭 줄인 건설사는 해약 과정에서 위약금 액수를 놓고 계약자와 갈등을 빚고 있다.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는 초기 계약금을 1000만원으로 낮췄으나,해약할 경우 당초 계약 원금인 3000여만원을 위약금으로 내라고 요구해 계약자와 다툼이 벌이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계약자는 "건설업체도 어려운 줄은 알지만,자기들이 결정한 계약금을 무시하고 돈을 더 내고 해약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대출금리가 더 오르면 이 같은 해약 요구가 더욱 많아질텐데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장규호 기자 dani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