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높지만 삼성은 기업 인수·합병(M&A) 카드를 던졌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M&A 매물은 세계 플래시 메모리카드 업계 1위인 미국의 샌디스크다. 반도체 경기가 휘청이면서 그간 인수후보로 거명되던 일본의 도시바마저 샌디스크 인수에서 발을 뺐지만 삼성은 반대로 주당 26달러에 지분 전체를 사들이겠다는 인수제안서를 공개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왜일까.

샌디스크가 보유하고 있는 플래시 메모리카드 시장 1위 자리를 노려서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10년 이상을 주도해 나갈 새로운 반도체 사업을 찾아내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실제로 샌디스크는 업계에서 신기술로 꼽히는 3차원(3D) 메모리칩 제조방식을 보유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인수에 성공하면 반도체 사업을 한 단계 점프시킬 수 있다.

이윤우 부회장은 지난 5월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스피드와 효율 중심의 경영혁신을 기본으로 창조경영을 확대해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자"고 당부했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시장을 새로 창조하면서 성장해 나가자는 전략인 셈이다. 이 부회장은 취임과 함께 신(新)성장동력으로 △휘는 디스플레이나 입는 컴퓨터 △홈 엔터테인먼트 로봇과 같은 신(IT) 제품 △에너지·환경 △바이오·헬스를 꼽고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은 전례없는 '친환경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태양광 사업이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이 선두에서 활동하고 있다. 두 회사는 최근 각각 별도의 태양광발전소를 열었다. 삼성 계열사 내에서도 신성장동력을 위한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는 셈이다.

삼성물산은 지난 9월 전라남도 진도에 220억원을 투자해 3㎿급 태양광발전소를 세우고 가동에 들어갔다.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 같은 태양광 사업 원료·소재부터 태양전지,모듈 등 제품은 물론 발전소까지 모두 갖췄다. 삼성에버랜드도 지난달 말 경상북도 김천시 어모면 옥계리 일대에 순간 발전용량이 18.4㎿인 국내 최대규모의 발전소를 세웠다.

이 발전소에 투입된 돈은 약 1400억원.김천시 전체 가구의 15%인 8000여 가구가 연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해낸다. 삼성에버랜드는 이번 발전소 완공을 계기로 연료전지 사업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삼성SDI는 최근 사업 포트폴리오를 신사업으로 재편했다. 2차전지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새로 짰다. 전기를 흘려 보내주면 여기에 반응해 빛을 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이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을 따로 분리해 삼성전자와 합작사를 세우기로 했다.

신 전지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독일의 보쉬와 손잡고 합작사 'SB리모티브'를 세워 하이브리드카(HEV)용 전지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성전기는 LED(발광다이오드)를 미래 먹을거리로 꼽고 있다. LED는 일반 형광등보다 수명이 길고 수은 등 환경오염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전력 소모량도 적어 '차세대 조명'으로 꼽힐 만큼 미래가 밝다. LED는 조명 외에도 노트북과 LCD(액정디스플레이) TV 후면광원(백라이트)에도 쓰인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