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먹여살릴 미래 성장산업을 꼽을 때 '바이오테크놀로지(BT)'는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단골메뉴다. 무병장수와 식량문제를 해결해주는 열쇠가 BT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2010년부터 BT가 IT(정보기술)에 이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녹십자는 국내 BT산업의 최정점에 선 기업이다. 1970년 혈액분획제제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1983년 세계에서 세 번째로 B형간염백신(헤파박스)을 개발한 업체가 바로 녹십자였다. 1988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유행성출혈열 백신(한타박스)과 1993년 세계 두 번째로 선보인 수두백신(수두박스)도 모두 녹십자의 작품이었다.

녹십자가 백신 혈액제제 등 생명공학 분야의 강자로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는 BT의 높은 성장성에 일찍부터 주목,이 분야에 대한 R&D(연구개발)를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녹십자는 지난해 매출액 대비 7.9% 수준인 350억원을 R&D에 투자한 데 이어 올해도 8.3%인 430억원을 R&D에 투입키로 했다. R&D 투자금의 상당 부분은 물론 BT 분야다.

녹십자의 R&D 부문 싱크탱크는 목암생명공학연구소와 녹십자종합연구소.목암생명공학연구소가 신물질 탐색 등 기초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면 녹십자종합연구소는 이를 제품화하는 일을 담당한다. 녹십자는 두 연구소에서 뿜어내는 강력한 R&D 역량을 기반으로 최근 유전자 재조합 혈우병 치료제인 '그린진'을 개발,세계 4번째로 제조허가를 받았다. 세계 최초 유전자 재조합 B형 간염 바이러스 항체 제제인 '헤파빅-진'에 대해선 현재 임상 1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백신사업도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임상 3상시험 단계에 있는 독감백신은 내년에 발매할 계획이다. 자체 개발 중인 조류독감 백신 역시 곧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며,미국 바이오크리스트로부터 도입한 조류독감 치료제인 '페라미비르'는 2010년 말에 선보일 예정이다.

녹십자가 중점을 두는 또 다른 분야는 바로 항암제.미국 '제네렉스'와 공동 개발 중인 간암 유전자 치료제 'JX-594'는 임상 2상시험을 진행 중이며,자체 개발한 항암보조제인 'GCPGC'는 조만간 임상 1상시험에 들어간다. 녹십자 관계자는 "향후 5년 내에 자체 개발한 의약품을 5개 이상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개발된 녹십자의 의약품은 내년부터 충북 오창과 전남 화순의 신공장에서 생산된다. 녹십자는 이들 공장에 2100억원을 투입,미국 FDA(식품의약국) 기준을 충족하는 최첨단 시설로 건설하고 있다. 오창공장은 녹십자의 유전자 재조합 제제 및 혈액제제의 생산기지로,화순공장은 백신 생산을 전담하는 공장으로 차별화할 계획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의약품은 물론 임상검사와 세포치료센터 헬스케어센터 생명보험에 이르기까지 건강과 관련된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다루는 '토털 헬스케어 회사'로 도약한다는 게 녹십자의 목표"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