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게 미쓰비시의 한국 진출이다. 미쓰비시는 론칭 전부터 국내 수입차 시장의 20%를 장악하고 있는 혼다의 대항마로 거론됐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수입차와 국산차의 경계를 허물겠다'며 공격적 마케팅을 선언한 것 또한 대중 수입차가 되리란 소비자의 기대 심리에 불을 질렀다.

하지만 막상 가격이 발표되자 예상치를 웃도는 가격에 모두가 허탈해 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 모델인 랜서 에볼루션(일명 란에보)의 가격이 6200만원이라는 것은 자동차 전문 기자들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수준이었다.

당연히 네티즌을 비롯 온라인 커뮤니티 동호회,자동차 팬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고가격에 대한 끝없는 논란 속에서도 미쓰비시의 옹호론자나 반대론자나 똑같이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랜서 에볼루션'의 우수한 성능이다.

랜서 에볼루션은 대체 어느 정도의 성능이기에,반대론자조차 그 성능만큼은 우수한 것이라 평가하는 것일까?예전에 외국 TV에서 일본 미쓰비시 본사 사장을 인터뷰하는 장면을 봤다. '란에보의 최고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그는 "포르쉐 911의 4분의 1 가격으로 포르쉐 이상의 스포츠 드라이빙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이라고 당당히 답했다.

랜서 에볼루션은 마니아들에게 '란에보' 혹은 '이보'라는 애칭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대회인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도 수년간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랠리계의 강자로 부각돼 왔다. 1992년 첫 출시 이후 꾸준한 세대 교체를 통해 그 성능을 발전시켜 왔으며,최근 한국에 발매된 것은 10세대로 바로 랠리 대회에 몰고 나가도 될 만큼의 우수한 성능을 가지고 있는 모델이다.

2ℓ의 소형 엔진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295마력,43㎏·m토크에 달하는 괴력을 끌어낸다. 동급 엔진의 다른 소형차들이 140~150마력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랜서 에볼루션의 진가는 강력한 출력 외에도 안정적인 차체 제어장치에서 찾을 수 있다. 일정한 아스팔트 트랙만을 도는 다른 자동차 경주와는 달리 랠리는 말 그대로 구불구불한 험로와 와인딩 코스(작은 커브가 잇따르는 산악지형 길)를 최단시간에 주파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차는 수년간 이 대회를 석권하면서 급커브와 급제동 등이 반복되는 위기 상황에서도 차체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4륜 제어를 비롯한 차체제어 장치의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랠리 대회 동영상을 보면 일반적인 물리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차량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다. 때문에 운전자가 비록 초보라고 할지라도 그 놀라운 전자장치들을 통해 평소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고도의 드라이빙까지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와인딩 코스에서만큼은 몸값이 몇 배에 달하는 모델이라도 랜서 에볼루션에 버금가는 모델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배로 높은 몸 값의 모델을 도로에서 제압할 때의 희열과 짜릿함은 전 세계적으로 젊은 세대의 '란에보' 마니아를 만들어냈다. 적은 돈으로도 얼마든지 스포티한 주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뛰어난 기술로 각종 물리학 법칙까지 거스르며 '랠리 아트'를 만들어내는 랜서 에볼루션.조금 더 '착한 가격'으로 한국시장에 등장했더라면 그 '랠리 아트'의 진가가 더욱 발휘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최욱 수입차포털 겟차 대표 choiwook@getch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