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각종 조치에도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또 다른 이유는 주택시장과 경기침체 가속화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가 7000억달러를 들여 금융사의 부실자산을 사준다 해도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부실이 추가로 발생해 금융사들은 다시 자산을 상각해야 한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7일 전미실물경제협회에서 "주택 문제가 여전히 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택 가격 하락은 차압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주택 보유자 6명 중 1명가량이 주택 가격보다 모기지 대출액이 더 많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7550만가구의 16%인 1200만가구가 집값이 모기지 대출액을 밑돈다는 것이다. 이 비율은 2006년 4%,지난해 6%였다. 미국에서는 주택 가격이 모기지 대출액을 밑돌면 주택 소유자들이 집 소유 자체를 포기하려는 경향이 있어 차압 가구가 늘게 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케이스-실러지수에 따르면 7월 중 미국 20대 도시의 평균 주택 가격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16.3% 하락했다. 8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달보다 2.2% 감소한 491만가구(연율 기준)를 기록했다.

신규주택 판매도 46만가구로 전월 대비 1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 효과가 나타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무디스는 2010년은 돼야 주택시장이 살아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부실 모기지를 정부가 직접 처리해줘야 금융위기가 완화될 것이란 주장도 적지 않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