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어제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대공황 이후 세계경제가 최대 금융위기를 맞고 있으며 본격적인 침체(major downturn)에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 3.9%, 내년 3.0%에 그칠 것으로 내다본 이 전망은 지난 7월 전망치보다 각각 0.2%포인트, 0.9%포인트 낮춰 잡은 것이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이제 막 시작된 데 불과하며 내년에는 더 안 좋아질 것이라는 의미다. 최근 신용경색으로 유난히 큰 충격을 받고 있는 우리로서는 정말 우려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수출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세계 경기침체의 장기화는 심각한 영향을 줄 게 분명하다.

실제 IMF는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을 3.5%로 전망, 지난 6월 전망치보다도 0.8%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중국 미국 등 우리 주력 수출시장의 경기 침체로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데다 내수도 쉽게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IMF는 미국의 내년도 성장률을 0.1%로,사실상 경제성장이 멈출 것으로 예상했고 중국은 9.3%로 올해 예상치(9.7%)보다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 우리 수출은 벌써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달 현대자동차의 미국내 판매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고 전자 철강 등의 수출도 이미 눈에 띄게 줄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수출마저도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지만 현 위기를 타개할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데 있다. IMF는 세계 경기가 빨라야 내년 말이나 돼야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이 살아나려면 앞으로 최소한 1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극도로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더라도 수출확대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 말고 달리 방법은 없다. 아울러 내수를 살리기 위해 실효성있는 특단의 조치도 함께 강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소비여력마저 바닥인 실정에서 정책수단의 선택이 크게 제약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산의 조기집행이나 추가적인 세금감면 등 가용한 수단은 최대한 동원해 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은 외환위기 이후 최대 비상 시국이다. 또다시 실기(失機)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