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일본의 집값 급락은 저금리와 금융권의 무분별한 대출 경쟁의 후유증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의 집값이 급등한 이유는 연 1%대(2003년)의 초저금리로 시중에 넘쳐난 돈이 주택시장으로 흘러든 탓이 크다. 2004년까지 대출 경쟁을 벌이던 은행들이 금리를 더 이상 내리기 힘들어지자 2005년부터는 주택담보 대출 기준도 완화했다.

미국 집값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50%가량 오른 뒤 작년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대표적인 주택가격지수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케이스-실러지수(2000년=100)가 잘 보여준다. 로스앤젤레스 뉴욕 등 주요 20대 도시의 지난 7월 집값은 1년 전에 비해 16.3% 급락했다. 지수가 발표된 이후 사상 최대 낙폭이다.

일본은 1983년부터 1991년까지 부동산 버블(거품)이 누적됐다가 급속하게 붕괴됐다. 1983년부터 1986년까지 4년간 부동산 담보대출이 222%나 증가했다. 저금리 기조까지 겹쳐 도쿄의 경우 1988년 한 해에만 집값이 68.6%나 뜀박질했다.

일본 정부가 기준금리 인상,대출 규제 등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1992년부터 부동산값이 급락세로 돌변했다. 일본 주택지 가격지수(2000년=100)는 1990년 218.8까지 올랐다가 올해 88.3으로 떨어졌다. 현재 일본 집값은 1991년의 절반 수준이다.

이건호/강황식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