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량 작년보다 30%이상 격감 … '영역파괴' 바람

올 들어 전 세계 선박 발주물량이 급감,특정 선박에 특화해 온 조선업체들이 수주 다각화에 나서는 등 일감 확보 비상이 걸렸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빅3'는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아직 사정이 괜찮은 편이지만 후발 조선사들은 선종(船種)을 따지지 않고 수주 쟁탈전에 나설 정도로 상황이 긴박해지고 있다.

전 세계 조선·해운 시황분석기관인 영국의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세계 선박발주량은 3610만CGT(표준 화물선 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조선업 시황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해운업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어 선박 발주 감소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 세계 선박발주량은 2005년 4360만CGT,2006년 6200만CGT,작년엔 8550만CGT로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었다.


◆"만능 조선소 전략으로 대응"

컨테이너선 수주에 주력해오던 한진중공업은 최근 초대형 유조선,벌크선,탱크선 등 비전공 분야 선박을 잇달아 수주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달 4일 아랍에미리트의 에마라트 마리타임사로부터 초대형 유조선(VLCC) 2척을 3억3000만달러에 수주해 VLCC 건조에 뛰어들었다. 지난 8월에는 홍콩 시링크사로부터 18만 DWT(재화중량톤수)급 케이프사이즈 벌크선 1척,독일 MPC스팀십사로부터 동형선 2척을 총 2억8000만달러에 수주하는 등 6억3000만달러에 달하는 벌커와 탱커 5척을 연속으로 따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라노하인드 시핑사로부터 8만DWT급 파나막스 벌커 2척을 수주하려다가 막판에 포기했다. 국내 대형 조선소가 신흥 조선소들이 집중적으로 영업 중인 비교적 작은 사이즈의 파나막스급 벌크선 수주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라고 업계는 평가했다. 정철상 한진중공업 홍보팀장은 "최근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완공돼 VLCC나 케이프사이즈급 벌커 같은 대형 선박 건조가 가능해진 것도 수주 다각화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VLCC·LPG선 등 '틈새 선종' 집중 공략

벌크선 중심의 선박 건조에 치중해왔던 STX조선도 VLCC 등으로 선종을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달 STX조선은 덴마크 해운업체인 묄레르메르스크로부터 VLCC 8척(옵션 포함)을 13억달러에 수주했다.

석유화학제품을 운반하는 PC(Product Carrier)선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서는 현대미포조선도 LPG선,자동차운반선 등으로 수주전선을 넓히고 있다. 이 회사는 1998년 완성 선박 건조에 나선 뒤 300여척의 선박 가운데 90% 정도를 중형 PC선으로 채울 정도로 PC선 건조에 치중해왔다. 이런 회사가 최근 처음으로 LPG 운반선을 만들어 인도한 것이다.

현대미포조선은 10여척의 중형 LPG선 인도도 계획하고 있다. 자동차 운반선으로 선종을 확대,이달중 첫 번째 자동차운반선 건조에 착수키로 하는 등 현재까지 총 40여척의 자동차운반선을 수주했다.

현대삼호중공업도 최근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LNG운반선 건조에 성공,지난 4일 명명식을 가졌다. 이로써 현대삼호중공업은 벌커와 VLCC,탱크선,자동차운반선,극초대형 컨테이너선,LNG,LPG가스운반선 등 다양한 선종을 건조한 경험을 축적하게 됐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