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탁 트이고 승차감 좋아 출퇴근용도 적합
랜드로버는 오프로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대표 브랜드로 자동차 마니아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울퉁불퉁한 험로를 거침없이 달리기에 적합한 육중한 몸체와 높은 차체가 매력적이다.
하지만 프리랜더2 3.2 i6 가솔린 모델은 도심 출퇴근용 차량으로도 무난할 만큼 편안한 승차감과 세련된 디자인을 갖췄다. 온·오프로드 겸용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라는 얘기다. 탄탄한 직선미와 부드러운 곡선미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외관은 전체적으로 근육질 몸매를 연상케 했지만 야성미보다는 세련미 쪽에 가까웠다. 감성적인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운전석에 오르자 좌석뿐 아니라 A필러가 높아 탁 트인 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어 좋았다. 아이보리색 가죽 시트와 내구성이 뛰어난 베이지색 내장재는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약간 언덕진 비탈길에서 엑셀러레이터를 밟으니 감춰놨던 오프로드카의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듯 힘있게 튀어나갔다. 3192㏄ 직렬 6기통 i6 가솔린 엔진과 독일 아이신이 만든 6단 수동겸용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기대한 것보다 강한 힘을 냈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의 반응이 확실히 기존 모델보다 좋아진 듯 싶었다. 엔진음도 충분히 차단되어 있었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8.9초로 세단에는 못 미쳤지만 육중한 무게의 SUV 치고는 수준급이었다.
내리막길에서는 브레이크의 압력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경사로 브레이크 제어장치(GRC)가 작동해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차체를 잘 잡아주는 느낌이었다.
오프로드카의 대명사 랜드로버 DNA는 어쩔 수 없는지 서스펜션은 바퀴 굴림이 생생하게 느껴질 정도로 다소 딱딱했다. 하지만 도로 상황에 맞게 차량 상태를 최적화해주는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TR)이 적용돼 차가 출렁거리거나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은 그다지 느낄 수 없었다.
지붕에 파노라믹 선루프가 달려 가족을 위한 레저용 차량으로도 제격이다. 2열 시트를 자유로이 접을 수 있어 필요에 따라 적재공간을 넓힐 수 있다. 다만 가솔린 SUV라 연비가 8㎞/ℓ에 불과해 막히는 도로에선 기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