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후보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 간 2차 TV토론에서는 경제위기 책임과 해법을 놓고 난타전이 벌어졌다. 총 90분의 토론 시간 중 절반 이상이 경제 현안에 집중됐다.

2차 토론은 7일 테네시주 내슈빌 벨몬트대학에서 유권자가 이메일을 통해 질문하고,방청객이 즉석 질문을 던져 두 후보가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토론 직후 CNN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중 54%가 오바마의 손을 들어줬다. 매케인은 30%로 1차 토론 때와 비슷한 점수를 얻었다.

두 후보는 금융위기의 해법을 묻는 질문에서부터 날카로운 펀치를 주고받았다. 오바마는 '부시 대통령+매케인' 책임론을 다시 꺼내들었다. "지난 8년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규제 완화,감독 부실이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면서 규제 및 감독 강화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매케인에게 앞으로 4년을 더 맡길 수 없다는 역설이었다. 매케인은 "오바마 후보가 이번 위기의 공범인 양대 모기지(주택담보대출)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서 정치 후원금을 의원들 중 두 번째로 많이 받았다"고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세금 문제에서도 격돌했다. 오바마가 "매케인의 세금인하 공약은 결국 대기업과 부유층에 혜택을 주기 위한 게 아니냐"고 하자 매케인은 "오바마가 감세법안에 94번이나 반대표를 던졌다"고 비난했다. 에너지 정책을 둘러싸고도 설전이 오갔다. 매케인이 "오바마가 반대하는 원자력발전소 건설로 해외 의존형 에너지 공급 구조를 돌파하고 일자리까지 창출하겠다"고 말하자 오바마는 "내가 제시한 공약에도 원자력발전소 건설안이 들어 있으며,매케인은 상원의원 30년 동안 대체에너지 개발법안에 23번 반대표를 행사한 장본인"이라고 맞받아쳤다.
난타전을 벌이면서 오바마와 매케인은 차기 정부의 재무장관 후보감도 제시했다. 오바마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상당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케인은 "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재무장관을 통해 즉각 불량 모기지를 사들이도록 지시할 것"이라며 이베이의 최고경영자를 지냈던 멕 휘트먼을 후보감으로 꼽았다.

'경제위기 탈출을 위해 국민에게 어떤 희생을 요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매케인은 "정부기구와 방대한 조직을 축소하고,방위비 지출에서 비효율적인 요소를 찾아내 과감하게 개혁하겠다"면서 "지역구에 배정하는 선심성 특별예산 배정의 관행도 수술하겠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국민 모두의 희생이 필요하다. 특히 젊은이들은 평화봉사단처럼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정신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에서 생산된 에너지 고효율 자동차 대신 미국에서 생산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차량을 구입하자"고 주장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