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위기] "원ㆍ엔 원ㆍ위안 환율이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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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ㆍ달러 환율 폭등에다 원ㆍ엔 및 원ㆍ위안 환율 급등까지 겹치면서 환율 문제가 국내 실물 경제 전반에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 원ㆍ달러 환율은 국제유가 하락분을 상쇄하는 효과를 내고 있으며,그보다 더 많이 오른 원ㆍ엔 환율과 원ㆍ위안 환율은 자본재 및 소비재 수입가격을 동반 상승시켜,기업 채산성을 떨어뜨리고 소비자 물가에도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유가 하락 환율이 상쇄
8일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월2일 938원20전이었던 원ㆍ달러 환율은 이날 1395원까지 올라 연초 대비 49%의 상승률을 보였다. 올 들어 한 때 140달러70센트(지난 7월4일)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두바이유 현물 기준)가 최근 78달러 선까지 밀리면서 고점 대비 약 45%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 초 가격(89달러29센트)과 비교하면 국제유가는 12.6% 떨어진 반면 환율은 49% 올라 다른 변수가 없다면 기업들의 원유 도입 단가 부담은 더 늘었을 것이란 추정이다.
이렇다 보니 국내 기업들은 채산성 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항공 정유 등 석유 의존도가 높은 일부 업종에서는 한마디로 '악' 소리가 나고 있는 실정이다. A항공사의 자체 추정 결과 연 평균 환율 10원이 오르면 순이익에서 200억원의 손해가 발생하는데,현재 원ㆍ달러 환율이 6월 말보다 300원가량 올라 지금 환율로 연말까지 간다고만 가정해도 하반기에 약 3000억원의 순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원ㆍ엔, 원ㆍ위안이 더 문제
문제는 달러화에 대한 원화 약세 효과가 원ㆍ달러 환율 상승으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의 엔화와 중국의 위안화는 달러화에 대해 상대적으로 강세(연초 대비)를 보이고 있다.
올초 100엔당 837원27전이었던 원ㆍ엔 재정환율은 8일 오후 3시 기준으로 1395원28전까지 치솟아 연초 대비 상승률이 68.4%에 달했다. 원ㆍ위안 환율 상승률 역시 이날까지 52.5%(128원45전→203원81전)를 기록해 원ㆍ달러 환율 상승률(49.0%)을 웃돌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산 부품 소재에 대한 의존도가 큰 국내 기업들의 원자재 도입단가가 높아져 대일(對日) 수입액이 급증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의 9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일본으로부터 철강제품(72.4%) 자동차(5.5%) 반도체제조용 장비(4.8%) 반도체(3.0%) 정밀화학제품(1.7%) 등 원자재 수입액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무역적자도 22억9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18억2000억달러)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원ㆍ위안 환율 급등은 중국산 소비재의 원화 표시 단가 상승으로 연결되면서 전반적인 수입물가를 밀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수입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42.6%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아울러 지난 9월 대중(對中) 무역흑자액도 4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2억7000만달러)의 3분의 1에 그쳤다.
◆일본 기러기들이 더 곤란
기러기 아빠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일본과 중국에 유학을 보내놓은 기러기들이 미국 기러기들보다 더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고등학생인 딸을 일본으로 조기 유학보낸 한 증권사 부장 김모씨(43)는 "작년까지만 해도 학비를 제외한 한 달 생활비로 100만원 정도 보냈지만 이제는 거의 200만원이 들어간다"며 "환율이 이 상태로 유지된다면 한국으로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욱진/차기현 기자 venture@hankyung.com
용어풀이
◆재정환율(裁定換率arbitrage rate) =한국 원화와 직접 거래하는 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은 나라의 통화(엔화 위안화 등) 환율을 계산할 때 각국 통화의 달러화 대비 환율을 기준 삼아 간접 계산한 환율을 말한다. 예컨대 원ㆍ달러 환율이 1390원이고 중국 1위안이 0.1465달러라면 원ㆍ위안 환율은 자동적으로 203원66전으로 결정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