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들의 신성장 전략과 화두는

정몽구·구본무·최태원·이구택·허창수·박삼구·조양호·김승연 회장….짧게는 40년,해방 후 끝이 보이지 않던 가난의 고리를 끊고 한국을 세계 11위 경제대국의 반석에 올려 놓은 한국의 대표기업 총수들이다. 시련과 좌절의 거센 풍파를 도전 정신과 혜안으로 극복했던 선대 회장의 유업을 이어받아 그룹을 이끌어온 이들 재계 총수에게 '위기와 기회'라는 시험대가 다가오고 있다. 세계 경제에 몰아치는 거센 파고와 격랑을 이겨내고 '최후의 승자'로 남기 위해 이들이 펼쳐 보일 위기극복 해법과 신경영 전략은 무엇일까.

친환경 비즈로 승부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

M&A 통한 도약 글로벌 경영 가속도

위기를 기회로…500년 영속 기반 구축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회장은 친환경차 개발에 승부를 걸었다. 2009년 하이브리드카 양산을 목표로 본격적인 친환경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정 회장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친환경자동차 양산을 2009년 실용화 체제로 앞당겨 새로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지속성장을 위해 환경 친화적인 미래차 개발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고,이를 위해 하이브리드 등 첨단차 기술이 필수적"이라며 "벤처기업들이 첨단기술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이 기술들이 관련 산업에 미치는 시너지 효과가 막대한 만큼 벤처기업 육성을 통한 대중소기업 상생,고용 창출,국가 경제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또 "2012년부터 연료전지차를 첫 소량 생산해 조기 실용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일찌감치 그룹의 신성장엔진으로 '그린비즈니스'를 선택했다. 지난 11일 정부가 주최한 그린에너지 발전전략보고회에 참석해 LG의 그린에너지 산업 육성전략에 대해 "세계 그린에너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태양전지와 LED사업을 차세대 친환경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대내외에 천명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글로벌 경쟁을 하려면 약점이 없어야 한다"며 "이는 그만큼 미래를 빈틈없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 조직에서는 에너지·바이오·헬스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신사업에서 인수합병,해외 진출,시스템 고도화까지 기업 경영과 관련한 모든 현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 회장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R&D 경영 지속적 강화 △Life Science 사업 △U-City 사업 △신재생에너지 사업 △해외자원 개발을 꼽고 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불황기를 이겨낸 '생존자'가 다음 경기호황 사이클에서는 '최대의 승자'가 된다는 믿음으로 '제로 성장시대'에도 생존할 수 있는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자"고 주문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과 원자재 가격 급등,환율 불안 등 험난한 경영 환경을 예측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강인한 기업 체질로 변신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 회장은 부가가치를 높이는 투자를 늘려 중국 등 후발국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질적인 측면에서 '글로벌 톱3'에 들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전략시장 중심으로 투자를 늘려 양적 측면에서 '글로벌 빅3'로의 도약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장은 에너지,건설 같은 전략산업을 육성하고,해양플랜트·조선 등에도 투자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모든 역량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쏟아붓고 있다. 허 회장은 그동안 수시로 M&A를 통한 도약을 강조해왔다. 연초 "필요한 투자를 두려워하거나 실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며 공격적 M&A의 뜻을 내비친데 이어 지난 4월 GS임원 모임에서는 타깃을 정하고 올인의 뜻을 밝혔다. "성장의 기회를 효과적으로 포착하고 일단 전략적 선택을 했으면 가용한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확실한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이 되는 사업은 모든 역량을 투입해 꼭 성사시켜야 한다"고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그룹의 화두로 '500년 영속기업'을 꺼내들었다. 유동성 위기설에 와중에서도 박 회장은 지난달 22일 신문로 본관 신사옥 준공식에서 "금호아시아나 메인타워가 향후 500년 기업 역사의 터전이 됐으면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500년 영속기업을 위한 3대 전략으로 △사업구조 안정화 △건실한 재무구조 구축 △아름다운 기업문화 창달 등을 제시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자신있는 항공산업에 전력하면서 신규 투자 및 인수합병을 통한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적극 나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나아가 미주,구주 등 잠재력이 풍부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신시장 개척에도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끝없는 성장을 위한 준비를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김 회장의 무한대 성장을 위한 첫 단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맞춰져 있다. 신성장 엔진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잘 만든 배도 프로펠러가 부실하면 거친 파도를 헤쳐나갈 수 없다. 한화야 말로 대우조선해양의 강력한 프로펠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 김 회장은 올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다시 한번 이 점을 강조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