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 전략 다시 짠다] 불황의 그늘…기업들 액션플랜 다시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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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내라! 新성장동력, 잡아라! M&A 대어
"장기 불황에 대비해 시장 정체를 타개할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하라."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최근 그룹 계열사 CEO(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을 소집해 이 같은 주문을 내놓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후유증으로 저성장 기조가 고착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사업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발언이다.
LG그룹 이외의 다른 기업들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금융위기로 인해 산업질서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며 "중장기 성장 전략 전체를 손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불필요한 투자를 줄이는 방법으로 유동성을 확보해 위험을 분산하고,중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수종 사업을 발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새로운 승부수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신재생에너지 등 차세대 먹을거리 발굴
기업들이 생각하는 차세대 성장동력은 신·재생 에너지,차세대 이동통신 등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107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신성장 동력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 5년 후(2013년) 유망한 사업이 무엇인지를 묻자 차세대 이동통신,차세대 반도체,차세대 디스플레이,문화,차세대 전지,신ㆍ재생 에너지 순으로 답이 나왔다. 10년 후(2018년) 유망 사업을 묻는 질문에는 '신ㆍ재생 에너지'라는 답의 빈도가 가장 높았다. 바이오ㆍ신약ㆍ의료,차세대 자동차,차세대 원자로,로봇,첨단화학ㆍ나노소재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 소장은 최근 전경련이 주최한 포럼에서 "고령화와 기후변화,도시화 등이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라며 "헬스케어,에너지,인프라 건설 등의 사업이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오,나노,인지과학 등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 쪽에도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량글로벌 기업 'M&A 사냥' 채비
경기 침체기에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의 덩치를 키운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세계 메모리카드 업계 1위인 샌디스크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최근 샌디스크의 주식을 주당 26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선언하고 샌디스크와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샌디스크의 주식을 전부 사들이려면 58억5000만달러(8일 환율 기준 8조672억원)가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2009년 하반기 무렵에는 금융위기로 피해를 본 우량 글로벌 기업들의 상당수가 매물로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자금 여력이 있는 기업들의 상당수가 글로벌 M&A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美·유럽 비중 줄이고 러시아 등 신흥시장 공략
시장 전략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북미와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는 대신 인도,러시아,중동 등 신흥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신흥시장은 금융위기 충격을 비교적 덜 받고 있으며 시장의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9월 미국과 인도에서 거둔 실적을 살펴보면 신흥시장이 경기 침체기의 버팀목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회사가 지난달 미국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2만476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줄어들었다. 반면 인도에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1% 증가한 2만3911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기업들이 신흥시장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은 주요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의 출장 스케줄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5일부터 닷새간 인도를 방문해 서남아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이 부회장이 러시아,중국,멕시코에 이어 인도를 방문한 것은 신흥시장의 매출 추이와 시장 전략을 직접 챙기기 위해서라는 것이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