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1년전 수준인 80弗선 불구
환율급등에 하락분 고스란히 까먹어
정유사 "원유구입비 한달새 27% 상승"


국제유가는 떨어지고 있는데도 휘발유 등유 등 석유류 제품의 국내 판매 가격은 기대만큼 내리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와 연동해 '찔끔찔끔' 낮아지던 휘발유값마저 이달 들어 다시 반등세로 돌아서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 경제에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8일 주유소 종합 정보 시스템인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휘발유 평균가(지난 7일 기준)는 전날보다 0.66원 오른 ℓ당 1716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정유업계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77.99달러로 1년 만에 80달러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그렇다면 국내 휘발유 가격도 1년 전 수준인 ℓ당 1500원대로 떨어질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ℓ당 1700원대의 현재 수준에서 큰 변동이 없거나,되레 1800원대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유업계의 분석이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원ㆍ달러 환율이 휘발유 제품 가격을 내리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 대비 달러 환율은 9월 초 1100원대에서 이날 66.7원 올라 1395원대로 치솟았다. 달러화로 결제하는 정유사의 원유 구입 대금도 환율 상승폭만큼 증가한 셈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제품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유 구입 비용이 9월 초에 비해 26.8%나 뛰었다"며 "환율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제품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정유업체들은 이달 들어 환율 상승분을 반영해 주유소 공급 가격을 올리고 있다. 업계 1위인 SK에너지는 지난 1일 자정부터 주유소 휘발유 공급가를 ℓ당 평균 40원가량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을 검토 중이다. GS칼텍스도 최근 ℓ당 휘발유는 50원,경유는 70원씩 올렸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과장은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유가 못지않게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제품에 반영되는 데 1주일쯤 시차가 생기는 데다 환율마저 급등하고 있어 당분간 소비자들이 기름값 하락을 피부로 느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