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환율상승 부추길텐데…"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전 세계 주요 중앙은행이 공조체제를 구축해 8일밤(한국시간) 전격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함에 따라 9일 오전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각계에서 통화정책 완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전례 없는 '동반 금리인하'에 나선 것은 그만큼 전 세계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증거라는 점에서 한은도 경기침체를 막고 유동성 공급을 늘리기 위해 '뭔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게 됐다.

그러나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기에는 부담스럽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금통위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한은도 금리인하?

한은이 통화정책 완화를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크게 세 가지다. 가장 강력한 카드는 기준금리(현재 연 5.25%) 인하다. 하지만 한은의 분위기는 '지금 당장은 어렵다'는 것이다. 물가 불안이 여전한데다 환율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환율 폭등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 두 달 만에 금리인하를 거론하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눈치다. 각국 중앙은행의 '릴레이 금리인하'에 대해서도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판단이다. 미국 유럽 등은 마이너스(-) 성장이 우려될 정도지만 우리는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논리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공조가 알려진 8일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다른 나라는 유동성 위기지만 우리는 유동성 문제가 아니다"며 "금리를 인하하면 이자 부담이 낮아지는 의미는 있지만 우리는 다른 나라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 경기침체 우려에 대해서도 "내수와 투자가 부진하지만 수출은 그런대로 잘 되고 있고 경기도 아주 나쁜 상태로 간 것은 아니다"라며 "또 한 가지 변수는 금리를 인하하면 환율에 안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그렇다고 9일 금통위에서 금리를 낮출 수 없다는 결론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며 여운을 남겼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한은이 이번에는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만 언급한 뒤 실제 '액션'은 나중에 돌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와 맥쿼리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한은이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현재 금융시장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한은이 '전격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른 대안?

은행에 대한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한은은 부정적인 분위기다. 지준율을 내려봤자 시중에 유동성이 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나마 가능성 있게 검토되는 대안은 중소기업에 대한 저금리 대출인 총액한도대출 한도를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도 최근 한은에 총액한도대출 한도 확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한은 관계자는 "일부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런 기업들을 타깃으로 한 총액한도대출 한도 확대는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입이 잔뜩 나왔다. 금융위기로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하고 환율이 폭등하고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는데 '중앙은행이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손 놓고 있다'는 불만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