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설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최근 물러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지난달 30일자로 CFO인 임경락 전무가 회사를 나갔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개인적인 사유'라고 밝히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두산그룹이 인수한 밥캣에 대한 출자로 촉발된 유동성 위기설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두산의 유동성 위기가 실제와 다르게 과장되게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며 "두산 입장에서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산측은 임경락 CFO의 사퇴가 '개인적인 사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진 두산그룹 홍보실 사장은 " 임 전무의 사퇴는 물러날 시기가 됐기 때문일 뿐"이라며 '문책사퇴' 시각을 전면 부인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은 지난 8월 말 각각 5억1900만달러와 4억8100만달러를 모아 총 10억달러를 밥캣에 추가 출자한다고 밝히면서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였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는 8월 말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며 급등락을 거듭해 각각 30%, 48% 가량 주저앉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두산그룹이 지난해 말 밥캣 인수를 위해 29억달러를 차입하면서 밥캣이 창출하는 에비타(EBDTIA)가 차입금의 7분의1 수준을 맞추지 못하면 그에 상응하는 만큼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올해 밥캣의 에비타가 3억1000만달러에 그칠 것이라는 추정치가 나오면서 결과적으로 7억달러 이상 상환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왔으나, 두산인프라코어측은 오해라고 일축해 왔다.

에비타가 차입금의 7분의1을 넘지 못할 경우 차입금을 상환하는 것이 아니라 에비타 부족분을 현금으로 채워넣으면 되도록 약정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설명대로라면 올해 밥캣이 3억달러 가량의 에비타를 거둔다 하더라도 1억달러 가량만 채워넣으면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LIG투자증권은 최근 두산인프라코어 보고서에서 "밥캣의 에비타 차액금 1억400만 달러 중 두산엔진과 함께 이미 1억 달러를 지급했다"며 "올해 에비타 차액금 지불은 실질적으로 마무리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또 올해 밥캣의 에비타 추정치 3억1000만달러는 매우 보수적으로 산정한 것이어서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는 이날 4.87% 내린 가격에 장을 마쳐 지난달 24일 이후 10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8거래일 연속 하락했다가 이날 1.27% 반등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