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무슨 사업이냐고요? 어엿한 사장님만 17명이죠"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에 있는 삼괴고등학교 비즈쿨 동아리 회의실과 작업실에는 수업이 끝난 오후 4시가 되면 전날 밤 늦게까지 다 못마친 마케팅회의와 납품용 물건 생산을 마무리하기 위해 17명의 '학생사장님'들과 100여명의 '직원학생'들이 모여든다.

학생들이 생산작업을 하는 동안 삼괴고 비즈쿨의 인터넷 쇼핑몰인 '삼괴몰'의 대표 이명근 군(18·3년)은 전일 판매된 상품수량과 재고를 살핀다. 통신판매에 관심이 많던 이 대표가 비즈쿨 생산품을 시장에 선보일 목적으로 지난해 10월 창립한 이 쇼핑몰의 월 매출은 현재 150만원 안팎.

삼괴고 비즈쿨은 한지공예품,천연염색 및 의류디자인,한방비누전문업체 등 학생들로만 구성된 17개 회사가 30여개의 상품을 손수 만들어 판매까지 하는 창업교육의 산실이다. 이중 세 곳은 사업자 등록증까지 발급받았다. 각 회사는 특정 아이템에 관심이 있는 6∼7명의 학생들이 조직한 동아리 형태로 운영된다. 구성원 중 3학년생 1명이 대표를 맡고 나머지 학생들은 생산,구매 및 판매 등을 맡는다. 사업아이템이 정해지면 지도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외부 강사를 초빙하거나 관련 업체를 찾아가 기술을 익힌다. 이 대표는 "직원들과 마케팅 전략을 짜고 제품을 생산하다 보면 밤 10시를 넘겨 귀가하는 게 다반사"라고 말했다.

삼괴고 비즈쿨은 2005년 설립돼 이듬해 경기도 최우수 비즈쿨로 경기도 교육감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전국 89개 비즈쿨 중 중소기업청이 지정하는 전국 최우수 비즈쿨로 뽑혔다. 또 2006,2007년 연속으로 전국 비즈쿨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삼괴고는 인문계와 전문계가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종합고등학교.전교생 723명중 전문계 재학생 323명 전원이 창업 관련 교육을 받고 비즈쿨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고 있을 만큼 비즈쿨에 특화돼 있다. 전문계 학급이 있는 학교 건물 4층에는 총 99㎡ 규모로 회의실과 작업실,상품 전시관이 갖춰진 비즈쿨 전용공간이 있다. 내년 4월께에는 전문계 전체가 비즈쿨 학과로 개편될 예정이다.

삼괴고 비즈쿨은 내년 초 학생들이 개발한 형광물질이 없는 천연염색 배냇저고리 7000벌을 화성시 보건소에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또 학생들이 디자인한 청바지와 티셔츠를 생산하기로 캐주얼 전문업체인 다다씨앤씨와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화성시 지원으로 오프라인 매장도 열 계획이다.

이처럼 괄목할 만한 활약상을 보이는 데에는 총괄지도교사인 이난희 선생님(상업)의 노력이 컸다. 그는 재학생들에게 사업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보게 해 주고 싶어 비즈쿨을 처음 도입했다. 이 교사의 지도방침은 건전한 기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사업가를 양성하는 것.

이에따라 학생들은 매달 수익금의 50%를 고아원이나 노인요양시설 등의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하고 봉사활동도 다닌다. 이 교사는 "건전한 정신을 가진 미래의 직업인과 CEO를 길러내겠다"고 밝혔다.

화성=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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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비즈쿨(BizCool)

비즈니스(Business)와 학교(School)의 합성어.기업이나 기업가에 대한 이해와 현장체험,창업과 경영을 통한 비즈니스 교육프로그램을 뜻한다. 중소기업청의 주관 및 후원으로 2002년부터 시행돼 2008년 현재 전국 96개 학교에서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