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주요 7개국 중앙은행이 동시에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날 미 다우지수와 유럽 주요 증시는 폭락했다. 자금시장에서는 은행 간 하루짜리 리보금리가 1.44%포인트 오른 연 5.38%로 치솟았다. 9일 아시아 증시도 급락세를 멈추긴 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양상이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추가적인 은행 파산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각국이 어떤 추가 조치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리 약발' 안먹히는 글로벌 금융 불안 … 남은 카드는?
◆금리 추가인하 가능성

1차 금리인하 카드가 약발을 보이지 않은 만큼 금리를 더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너선 바실 크레디트스위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중앙은행들이 성장은 어렵고 인플레이션은 문제가 안 되는 똑같은 처지에 있다"며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조만간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춰 연 1.0%로 떨어뜨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2003년 6월 이후 1년간 기준금리를 1.0%로 유지한 경험이 있다. 금리를 결정하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오는 28,29일 예정돼 있으나 각국이 공조하는 2차 금리인하가 그 이전에 단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미국이 일본처럼 '제로(0) 금리시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미국과의 공조로 영국중앙은행(BOE),유럽중앙은행(ECB) 등도 금리를 더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글로벌 인사이트의 영국♥유럽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하워드 아처는 "ECB가 연 3.75%인 금리를 3.0%로 낮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추가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부실 금융사 자본확충 지원

자금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 심각한 신용경색 현상은 은행들이 실탄 부족(자본 부족)을 이유로 좀체 자금을 대출하지 않는데서 비롯되고 있다. 은행들 사이에 은행과 고객 간 불신의 골이 깊고도 넓은 것이다. 미 재무부가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으로 부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증권 등을 매입해줘도 신용위기가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이에 따라 미 정부는 은행들에 자금을 직접 투입, 부분 국유화함으로써 자본금을 확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이날 "구제금융법은 금융권의 부실자산 매입을 넘는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했다"며 "신용위기 해소를 위해 나에게 주어진 모든 권한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규모에 구애받지 않고 금융회사의 자본확충 강화를 포함해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언급,연방정부가 자금을 넣어 금융사에 자본금을 확충해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금융사 자본 투입은 과거 한국이나 일본의 금융 구조조정 과정에서 동원됐던 수단으로,현재 유럽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로버트 존슨 전 상원금융위원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주일간 구제금융을 기다리고 앉아 있을 여유가 없다"며 "미 재무부가 당장 5000억달러 정도를 투입해 적어도 19개의 주거래 은행과 몇몇 대형 지방은행들의 자본을 확충해주면 신용경색이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소유자 구제

존 매케인 미 공화당 대선후보는 금융위기를 촉발한 원인인 부실 모기지를 정부가 주택소유자들로부터 직접 사들이자는 방안을 내놨다. 집값이 대출금 밑으로 떨어진 부실 모기지를 연 5.25%의 고정금리로 매입해 이자상환 부담을 덜어줘 주택시장을 안정시키자는 취지다. 매케인 측은 300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 측은 "정부가 과도한 가격으로 부실 모기지를 사줬다가 주택가격이 반등하지 않을 경우 금융업체만 지원하는 셈으로 국민세금을 다시 축내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가이 세컬라 모기지금융 전문가는 "미국에서 약 500만가구가 각각 10만달러에서 12만5000달러에 이르는 모기지 손실을 안고 있어 매케인 후보가 추정한 3000억달러보다 두 배 많은 6000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