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 회장 "취임 5년간 전쟁치른 느낌"

"금강산 관광은 연내 재개될 것입니다.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사진)은 최근 서울 적선동 사옥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최대 현안인 금강산 관광 재개 여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현 회장은 "지난 7월 총격사건 여파로 금강산 관광 사업이 중단된 이후 대북사업에 어려움을 겪어온 게 사실"이라며 "연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의 협의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사업 재개를 위해 특별히 정부와 합의된 사안은 아직 없다"며 "자세히 말할 수 있는 단계도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현 회장의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 발언은 최근 정부 측과 상당한 문제 해결 및 의견 접근이 이뤄졌음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하중 통일부 장관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금강산 관광이 11월 초에 재개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은 "최고경영진의 방북을 통해서라도 문제를 풀어보도록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 현 회장의 방북 가능성도 시사했다.

현 회장은 이와 함께 취임 5주년에 대한 소회도 간략히 밝혔다. 그는 "(지난 5년은) 힘들었던 시기였다"며 "하지만 최근 신 조직문화 선포를 계기로 그룹의 새로운 출발과 전환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최근 취임 5주년을 기념해 가진 사보 인터뷰에서도 "취임 초기부터 경영권 위협의 상황에 직면해 마치 전쟁터에 내 놓아진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며 "북한과의 경협사업과 관련해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을 겪다보니 5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났다"고 털어놨다.

자신의 일상도 거리낌없이 소개했다. 현 회장은 맏딸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의 결혼에 대해 "현대가(家)는 다른 기업가 집안에 비해 연애결혼이 많기 때문에 사윗감으로 특별히 원하는 조건은 없고 무엇보다 당사자들이 서로 좋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스트레스 해소법으로는 "남편인 고(故) 정몽헌 회장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직업 테스트에서 제일 적성에 맞는 직업이 기자,안 맞는 직업이 비서였다"는 후일담도 들려줬다. 이 밖에 영화 '맘마미아'를 최근 재밌게 봤으며 주량은 여전히 와인 한 잔이라고 했다. 좋아하는 노래로는 박강성의 '문 밖에 있는 그대',조수미의 '나 가거든',장윤정의 '꽃' 등을 꼽았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