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래 <부산교대 교수·교육학>

선택권 없는 '학교급식 직영법'

업체간 자율경쟁 하도록 재개정 시급


현재 정치·경제 여러 현안에 가려 세간의 관심 밖에 있는 법안 가운데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것 중 하나가 학교급식법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6년 7월에 개정한 '학교급식법'(법률 7962호)은 향후 3년 이내(이후 마련된 시행령에 따라 2009년 1월부터)에 초·중등학교의 모든 학교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의 개정은 비용 증대,비효율성,선택의 축소라는 국가독점과 좌파 포퓰리즘의 폐해를 그대로 드러낸 '개악(改惡)'의 전형적인 사례다. 구체적으로 교육재정의 증가,학교와 교사의 업무 증가,학부모 부담 증가 등의 비효율성 문제도 발생한다.

당초 학교급식법은 어떻게 '개악'되었는가. 2006년 발생한 CJ푸드시스템 사고는 열린우리당(우리당)의 좌파 정책 기조에 불을 지핀 격이었다. 당시 우리당의 '탄돌이' 의원들과 민노당 의원들이 학교급식 직영화라는 좌파 입법을 모색하던 중 이 사건을 빌미로 개악해버린 것이었다. 여기에 노선이 분명치 않은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까지 동조해 버렸다.

그러면 왜 이 법이 문제인가. 학교급식 정책은 잔여적 복지정책으로 가야 하는데,2006년 개악된 이 법은 거꾸로 가고 있다. 우리가 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등의 교육관계법을 벤치마킹한 일본의 경우 사립학교는 완전에 가까운 자율을 보장하고,학교급식은 위탁급식을 권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선진 각국이 민영화와 민간이양으로 가는 추세에도 역행하고,자유민주주의와 기업 활동의 근간인 시장경제를 추구하는 우리 헌법정신에도 위배된다.

당시 이 법이 지닌 문제의 심각성은 왜 부각되지 못 하였는가. 참여정부와 우리당이 무리하게 추진한 국가보안법,사립학교법,신문법 등 4대 입법에 가려 학교급식법은 일반인들의 관심 밖이었고,그렇게 된 데에는 언론의 잘못도 있다. 학교 급식의 식품위생 안전사고가 주로 위탁(委託) 급식에서 발생하는 것을 위주로 보도해 일반인들의 인식을 직영 쪽으로 돌리게 했다는 점이다. 학교급식 사고는 직영과 위탁 모두 비슷한 수치로 발생하며,오히려 심각한 안전사고는 직영에서 발생한 경우도 있다. 주로 방송의 편파보도이지만 당시 주요 일간지들도 이 점에서 면피는 안될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어떻게 가야 하는가. 우선 이 법 시행령이 못 박은 내년 1월 이전에 학교급식법은 직영급식 의무를 규정한 제2조와 제15조,부칙조항을 우선적으로 폐지하는 전면 재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려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다뤄져야 한다. 그리고 재개정은 위탁급식의 자유로운 선택과,선택이 가능하도록 하는 다양한 급식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때 불가불(不可不) 필요한 경우에 직영 급식을 두지만,직영-위탁,위탁-위탁 간의 선의의 경쟁을 도모하고,식품안전,학생건강,저비용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학교급식 내실화 방안을 핵심으로 추진돼야 한다.

아울러 학교급식 참여 기업이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당시 CJ푸드시스템은 사건 발생 후 일체 학교급식에서 손을 떼겠다고 한 바 있다. 대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학교급식은 제약만 많고 별로 이윤이 남는 장사가 아니다. 그렇다고 섣불리 손을 뗀다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만약 차후 좌파정권이 다시 들어서서 대형 병원이나 주요 공공기관의 급식도 국가가 직영으로 하겠다고 하면 그 때는 어찌할 것인가. 여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학교급식 분야에서도 국민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보여주어야 한다. 기업의 이윤 추구와 사회공헌이 결국 한 가지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