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화 <레이크우드CC 대표 ryccgm@paran.com>

내가 맡고 있는 제주도 호텔에서의 일이다. 그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호텔 로비 구석 구석을 살피는데 베이커리에서 어떤 키 작은 아이가 엄마인 듯한 아주머니를 따라 나오며 뭐라고 뭐라고 쫑알대는 것이었다.

나는 호기심에 베이커리 직원에게 "쟤가 왜 저러느냐"고 물어보았다. 여직원의 설명은 우리 베이커리에 항상 오는 일본인 단골 손님인데 그 날은 먹고 싶은 빵이 없어서 투정을 부렸다는 설명이었다. 호텔을 책임 지고 있는 나로서는 작은 꼬마 손님 한 명도 소중한 고객인데 먹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 미안함에 마음이 찜찜했다.

몇 주일 후에 베이커리 앞에서 그 아이를 다시 만났다. 그때 원하는 빵을 사지 못한 게 마치 나의 책임인 양 미안한 마음에 이것 저것 기웃거리는 꼬마에게 다가갔다. 이름을 물어보니 "가즈키"라고 대답했다. 평소 익혀 둔 일본어 몇 마디로 꼬마와 나는 소통을 하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가즈키 어머니가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그 아이의 어머니는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알았다. 가까스로 소통하며 알게 된 것은 남편은 한국인이고 자신은 일본인이며 남편 일을 따라 제주도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 흔히 회자되고 있는 다문화 가정인 셈이다.

어느덧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다문화 가정을 심심찮게 만날 수가 있다. 소수의 그들이지만 우리나라에 적응하기 위해 몸부림 치는 모습이 내 눈에는 사뭇 눈물겹기까지 하다.

요즘에는 학교에도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꽤 있어서 그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간혹 외국인들을 고용한 업주들의 횡포나 몰상식이 뉴스 거리가 돼 나올 때마다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인으로서,한국인으로서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다.

오해는 타 문화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민족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우리를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든다.

다문화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건 바로 편견이나 고정 관념을 버리고 내 것이 소중하면 남의 것도 소중하다는 평범한 진리가 통용되는 그런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회,그런 나라가 하루 속히 앞당겨지길 간절히 소망하며 내 꼬마 고객 가즈키상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