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위기라고 한다. 환율이 치솟고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획재정부는 물론이다. 금융위원회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등 모든 경제부처들이 긴박하게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요즘 경제부처들의 신경은 다른 데 가 있다. 매년 10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국정감사 준비다. 금융위는 국회의원들로부터 1000여건의 질의를 받아 이에 대한 답을 준비해야 한다. 코스피 지수 1300선이 무너지던 지난 8일 금융위의 시장담당 과장은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연기를 주장하는 국회의원을 설득하느라 직접 국회를 찾아가야 했다. 반나절이 날아갔다.

다른 부처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강만수 재정부 장관은 7일 국정감사장에서 잠시 자리를 뜨면서 민주당의 한 의원으로부터 혼줄이 나야 했다. 비상시국이니 만큼 점심시간을 이용해서라도 금융위원장,청와대 경제·정무수석,한은 총재 등이 참석하는 거시경제정책협의회를 주재해야 했지만 "국감이 진행 중인데 부처 수장이 어디 자리를 비우냐"는 '생떼' 수준의 반대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과 여야 간사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지만 막무가내였다.

매년 가을 국정감사가 있으면 정부 각 부처들은 한 달 전부터 준비를 한다. 국정감사가 벌어지는 2~3일간은 국·과장은 물론 사무관들까지 감사장에 나와 장·차관을 보좌한다. 이런 관행이 좋아보이는 것은 아니다. 가끔 의원들도 상임위에서 참석하는 공무원들을 국장급 이상으로 최소화하라고 주문한다. 하지만 그렇게 된 적은 없다. 장·차관들이 모든 업무를 세세하게 판단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경제 위기라는 지금도 부처 국·과장은 물론 사무관들의 업무는 현안 처리보다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장관을 보좌하는 게 더 우선이 되는 것이다.

경제가 이렇게 위급한 상황에는 국정감사를 연기하는 게 옳다. 차제에 정기국회 때마다 상임위를 열고,10월 정기국정감사를 하는 관행을 바꿔 외국처럼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기획감사를 하거나 국정조사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정재형 경제부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