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널리스트의 도덕성과 전문성이 도마위에 오르면서 증권업계가 자정노력 차원에서 애널리스트 윤리강령을 발표했다. 하지만 내용이 기존의 규정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허울뿐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9일 증권업협회는 애널리스트 윤리강령을 제정해 발표했다. 투자자 이익을 우선으로 판단하는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 등 윤리기준 5개 조항과 투자자보호, 윤리성, 독립성, 전문성, 법규준수 등 행위기준 17개로 구성돼 있다.

이날 황건호 증권업협회 회장과 몇몇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간담회를 갖고 애널리스트 윤리 강화 및 조사분석업무 관련 제도 개선 방안들을 논의한 것을 알려졌다.

최근 발생한 주가조작 및 금품수수 관련 사건으로 애널리스트들의 도덕성이 논란에 오른데다 자질을 의심케하는 분석보고서로 전문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업계 차원에서 자진해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신용위기와 경기침체 우려로 국내외 증시가 요동을 치면서 투자자들의 손실이 급격히 불어나고 있지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는 고액 연봉에 비해 수준미달이라는 비난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한편으로 윤리강령 제정이 창의력 제한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고,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쉽지 않아 제재가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윤리강령은 업계의 윤리적 의무를 환기시키기 위한 자율적이고 선언적인 의미"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지난 2002년 7월에 신설된 자체규정인 '증권회사 영업행위에 관한 규정'을 통해 애널리스트에 대한 법적 규제를 하고 있다.

이번에 제정된 윤리강령은 강제성을 띠는 것이 아니라 자율규제이기 때문에 공표했다는데 우선 의의를 두는 것이라고 협회는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상황과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표면적인 움직임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된다.

실속이 없는 방안을 일부러 발표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이미 내부 규정을 통해 관리를 하고 있는데, 일부 증권사의 부적절한 행위 때문에 내부 규정보다 덜 엄격한 사안을 공개적으로 굳이 내놓는다는 것은 오히려 업계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고 전했다.

협회 관계자는 단순한 강령 발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규제완화와 사후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감독당국과 협의가 이뤄지는대로 발표할 예정이라는데 얼마나 효력이 있는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경닷컴 문정현 기자 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