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카트만두 ‥ 발길마다 이색적인 힌두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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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은 '지구의 지붕'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포함,14개의 히말라야 8000m급 고봉 중 8개나 몰려 있는 곳이어서다. 그래서 걷기에 딱 좋은 겨울 시즌마다 트레킹 애호가며 산악인들이 몰려든다. 그러나 네팔은 고산 트레킹 여행지로 머물지 않는다. 편안한 휴식과 눈이 번쩍 뜨이는 문화 탐방 여행지로도 뒤지지 않는다. 수도인 카트만두의 경우 고대 왕궁과 힌두사원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문화유산이 많아 '미(美)의 도시'라고도 불릴 정도다.
■원숭이 신이 지키는 왕궁
카트만두 옛 왕궁 '하누만 도카'는 원숭이 수호신 '하누만'이 지키고 있다. 이상하게도 조각상의 얼굴이 붉은 망토로 가려져 있다. 건너편에 있는 자간나트 사원에 새겨진 에로틱한 조각들을 총각 신인 하누만에게 보일 수 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조각상에도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하누만 도카는 네팔인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곳이다. 19세기까지 네팔 왕족이 기거했고 현재는 역대 왕들의 사진이 전시돼 있는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왕궁 앞의 더르바르 광장으로 시선을 돌리면 커다란 부조가 보인다. 짧고 통통한 팔다리,왕방울만한 눈이 언뜻 보면 익살스러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무시무시하다. 한 손에는 칼을,다른 한 손에는 사람의 머리를 들고 잘려진 목을 치마처럼 입고 있는 이 부조는 사랑과 죽음의 여신 '칼리 바이라브'를 형상화한 것이다. 칼리는 피와 살육의 여신이지만 '사랑'도 그녀의 관할 영역이다. 그래서인지 이 부조 앞은 젊은 연인들로 붐빈다.
■신이 된 소녀의 집,쿠마리 사원
더르바르 광장 남쪽 끝에 위치한 쿠마리 사원은 목조 창틀 조각이 퍽 정교하다.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네팔의 여신으로 추앙받는 쿠마리를 보기 위해서다. 국왕도 고관대작도 그녀 앞에서 무릎을 꿇고 경배한다. 쿠마리는 9월 인드라 자트라 축제를 포함해 1년에 13번밖에 사원을 나설 수 없지만 돈을 내면 2층 창문으로 잠시 얼굴을 보여준다. 신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화장을 진하게 한 소녀는 무표정하다. 네팔인들에 의하면 쿠마리의 눈길은 축복을 의미한다고 한다. 관광객들은 10루피로 그 축복을 받고 돌아선다. 소,돼지의 머리와 피가 가득한 깜깜한 신전에서 비명 한 마디 지르지 않는 등 32가지 관문을 통과해 여신이 된 소녀는 이렇게 지역 수입에 일조한다. 쿠마리 사원 옆에 카스터먼더프 사원이 보인다. 한그루의 거목으로 만들었다는 이 사원의 이름에서 카트만두란 도시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죽음을 기다리는 집, 파슈파티나트
카트만두에서 동쪽으로 5㎞ 정도 가다 보면 바그마티 강에 접해 있는 시바신의 사원 파슈파티나트가 나온다. 파슈파티나트는 시바신의 여러 이름 중 하나. 사원의 황금빛 지붕과 은으로 된 문은 남루한 순례자들과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사원을 동서로 관통하는 바그마티 강에서는 삶과 죽음이 교차한다. 강 한 쪽에서는 시신이 화장되고 그 재가 뿌려지는데,다른 한 쪽에서는 빨래와 목욕이 한창이다. 힌두교도들은 바그마티강을 성스럽게 생각해 이곳에서 죽음을 맞이하면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장미향 인턴(한국외대 3학년) onthetop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