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조직 지는 조직] (5) 네트워크의 비밀‥'창의성'이 놀 멍석이 쫙~ 깔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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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꼬리만한 연봉에 밥 먹듯 야근해도
오랫동안 사귄 연인이 갑자기 떠나도
PMC 프로덕션 사람들은 웃는다
난타의 성공은 이름만 들어도 진부할정 도다. 사람들은 대부분 난타의 성공을‘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어느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모두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콘텐츠의 힘을 높게평가한것. 물론틀린말은아니다. 하지만난타를제작한 공연기획사 PMC 프로덕션 내부에서는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 콘텐츠의 힘으로 공연을 알리게 됐지만 정작 세계적인 작품으로 클 수 있었던 것은 외국인 관광객을 노린 마케팅의 힘이라고 자평한다.
공연계 사람들은 비즈니스 개념이 희박한 여타 문화예술단체 보다 PMC 프로덕션이 마케팅에 일찍 눈 뜰 수 있었던 이유를 두고 닭과 달걀의 순서 논쟁을 벌인다. 공연이 잘 돼서 기업적인 마인드를 갖게 됐는지,처음부터 공연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보였기 때문에 관람권이 잘 팔렸는지 아직도 헷갈려 한다.
분명한 한 가지는 PMC 프로덕션이 다른 어느 공연기획사들 보다 세칭‘또라이’를 잘 다뤘다는 점이다. 공연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외엔 들쭉날쭉한 개성을 가진 젊은이들의 능력을 120% 활용하는 것은 분명 이 조직의 힘이다.
▶▶ 아무리 엉뚱한 아이디어라도 서로 공유한다
PMC프로덕션에서 해외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김영인씨는 자신이 몸 담고 있는 회사를 일컬어“월급,여가시간등에서 어느하나좋은점이없는곳”이라고단언한다. PMC프로덕션에 처음 입사한 사원의 연봉은 2000만원 수준. 여타 세금을 떼고 나면 한달에 받는돈은 100만원을 가까스로 넘는다. 야근은밥 먹듯이 하고,밤 새는 일은 더 이상 새롭지도 않다.
물론 이곳의 공동대표인 송승환씨와 이광호씨를 악덕사장이라고 말 할수는 없다. 올해초에는전체주식의14.88%,74만400주를 우리 사주로 80명의 직원에게 나눠줬다. 모두 액면가였고 1인당 평균 1만주씩 돌아갔다. PMC 프로덕션은 내년쯤 코스닥에 상장할 계획이다.
이곳 직원들은‘창의성이라면 오로지 나’라는 생각으로 지원한 이들이 대부분이다。게다가 평균 연령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니 넘치는 개성과 젊은 혈기가 만났다. ‘또라이’를구성하는양축을모두갖춘셈이다. 이들의구심점역할을하는것은‘공연’과‘개성을 인정하는 PMC문화’다. ‘공연’하나만 보고 모인 사람들이니 무대에 자신들의 작품이 올라갈 때 쾌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독특한 것은 바둑알처럼 흩어질 것 같은 이들이 조직력을 만들어낸다는점이다. 이런힘은아무리엉뚱한아이디어라도 모두가공유하고실행단계까지발전시키려고노력하는PMC 프로덕션의분위기때문이다. 사람들이내는아이디어의절반 가까이는 투표에 부쳐진다. 입사 연차에 상관없이 투표에서 최다 득표한 사안은 100% 실행에 옮겨진다.
▶▶ 모두가 CEO…성과만 내면 무엇을 하든 괜찮다
PMC 프로덕션의 또라이들을 다루는 방법은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데 있어서도 모든 권한을 직원들에게넘긴다. 각자의영역을확실하게만들어주면서거기서 성과를 내게하는 것이다. 여기에맞춰이회사엔출근과퇴근 시간이 없다. 넥타이도 없고,모범 직원으로 꼽히는 사람도 없다. 성과만 내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회사의 무책임함이 직원의 책임감에 무게를 더하는 것.
마케팅팀의 유일한 유부남 홍종욱씨는“일주일에 회사에는 1~2시간만 있는다”고 한다. ‘어린이 난타’의 단체관람 마케팅을 맡고 있는 그는 회사 최고의 세일즈맨으로 꼽힌다. 대외비라 밝힐 수 없지만 그가 어린이난타에 투입된 뒤로는 매출이 목표치보다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상사의 제약이 없으니 아이디어도 자유분방하게 내놓는다. 작년 연말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고객 초대용 공연을 따낼수있었던것도이들의기발함때문이다. 평균연령이40,50대인 고객들을 초등학생처럼 학교와 반 이름을 정해준 다음 각각의 반 학생들을 서울 각지 공연장으로 초청한 것. 학창시절로 돌아간 기분 때문인지 고객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 매일 열리는 크고 작은 회의 통해 소통한다
PMC 프로덕션 직원들 사이에는‘이 회사에 들어오면 3개월 안에 연인과 헤어진다’는 말이 돈다. 실제로 인터뷰에 응한 마케팅팀 20명 중 17명은 회사에 들어와서 연인과 헤어졌다. 평일에는 야근을 하거나 공연장에 나간다。주말에는 한 달에 한번꼴로팀원들끼리여행을간다.구성원모두가‘끼’가넘치니 일할 때나 놀 때나 남들보다 더 다이내믹한 것.
회의도 잦다. 일주일에 한번 팀별 회의를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논의는 매일 작고 크게 열리는 비공식적인 회의에서 결정된다. 기업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지예씨는“두세명이 모여 회의실로 커피 한 잔씩을 들고 들어가서 업무와 관련된 얘기와 농담을 섞어가며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며“머그컵 반잔 정도를 천천히 마시고 나올 때까지 진행되는데 시간으로 보면 30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마케팅팀장을 맡고 있는 김용대 이사는“각 팀의 영역이 뚜렷해서서로간의소통이단절될우려가있다”며“이런비공식적인 모임들로 상호간의 중간 점검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PMC 프로덕션의 작품들은 태생부터 기발한 것보다는 중간 단계에서 수많은 수정 과정을 통해 탄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난타도 1997년 첫 공연 때와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변모했다.
▶▶ 1년에 한번 구성원들을 위해 통 크게 쏜다
난타를 관람하는 외국인 관광객 중 60%는 일본인이다. PMC 프로덕션이 일본의 여행사들을 고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PMC 프로덕션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인을 단골 고객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작지만 체계적인 조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마케팅을 담당하는 유대곤씨는 “일본인들과 개인적인 신뢰감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은 기본적으로 비즈니스 부분만 확실하게 해주면 영원히 거래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직원을 뽑을 때도 여느 대기업과 마찬가지로‘공개채용’을 활용한다. 1년에한번가을에신입사원들을뽑는다. 연말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경진대회도 연다. 여기서 뽑히면 뉴욕 브로드웨이로 일주일간 여행을 보내준다. 사원들의사기 진작도 제대로 하는 셈이다.
글=박신영 기자/사진=허문찬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