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과 네오플의 합병 승인을 보류하자 게임업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기묘한 잣대 탓이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캐주얼 게임을 주로 만든다는 이유로 캐주얼 게임 시장 내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될 수 있는지 여부를 심층 조사키로 했다. 영화에 비유하자면 액션,멜로,코믹 등 장르별로 시장을 구분하겠다는 뜻이다.

캐주얼 게임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는 공정위의 움직임에 대해 게임업계는 '난센스'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캐주얼 게임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쉬운 게임을 포괄적으로 지칭할 뿐 정의 자체가 모호하다"며 "게다가 경쟁이 워낙 치열해 넥슨과 네오플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만한 행위를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기업이 납득하지 못하는 공정위의 결정은 그동안 몇 차례 있었다. 지난달 영국계 유통그룹인 테스코의 홈에버 인수와 2006년 신세계의 월마트 인수때 공정위가 내린 결정의 차이가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신세계가 독과점적인 지위를 가질 우려가 있다며 일부 매장을 매각하라고 명령한 반면 테스코에는 매장 매각 조건을 달지 않았다.

업계 일각에선 공정위가 외자 유치를 위해 국내 기업을 역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받은 NHN은 "왜 우리에게 외국기업과 똑같은 잣대를 대지 않느냐"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공정위가 얼마전 이베이의 G마켓 인수를 승인하면서 '인터넷 비즈니스는 진입 장벽이 낮아 경쟁 제한으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결정이유를 설명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공정위의 결정에 의문을 품고 오해하는 이유는 원칙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공정위 내부에서 "이명박 정부 들어 시장친화적으로 바뀌었다"는 자평이 나오고 있지만 기업들은 공정위를 여전히 '리스크'로 여기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공정위가 내리는 결정들이 기업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점을 감안한다면 잘못된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친화적'으로 바뀐 공정위부터 공정한 룰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박동휘 산업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