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탈 등 신중 접근 필요

러시아 주식시장이 올 들어 글로벌 증시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최근에는 하루에 10% 이상 주가가 등락하고 금융당국은 수시로 거래정지 조치를 내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펀드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러시아가 7%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고 외환보유액도 충분한 상황이어서 금융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외국인투자자들이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는 데다 일부 기업의 유동성 부족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을 당부하고 있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러시아 RTS지수는 지난 6일 하루 사상 최대폭인 19.10% 하락한 데 이어 8일에도 11.25%나 곤두박질쳤다. 러시아 금융당국은 8일 장 초반에 지수가 폭락하자 휴장을 결정했다. 9일에는 반대로 17%나 폭등하자 또다시 거래를 정지시켰다. 러시아 증시의 거래 중단은 9월 이후 벌써 10여차례나 된다.

러시아 RTS지수는 9월 말 1211.84에서 지난 8일 844.75로 이달 들어서만 30% 넘게 하락했다. 펀드투자자들의 손실폭도 커지고 있다. 8일 기준으로 러시아펀드는 최근 1개월 동안 46.15%나 손실을 내 해외 펀드 중에서 최악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편입 비중이 높은 브릭스펀드들도 1개월 수익률이 -21.80%로 저조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러시아 증시가 글로벌 증시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이유로 상품가격의 하락과 외국인 비중이 높다는 점을 꼽는다. 러시아 증시는 원자재 관련 기업 비중이 전체의 60∼70%에 이를 정도로 높아 유가와 지수 움직임이 흡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한때 147달러까지 치솟았던 브렌트유는 이날 84달러까지 내려온 상태다. 또 외국인 거래 비중이 60%나 돼 외국인이 매도할 경우 이를 받아줄 매수 세력이 취약하다.

김경환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을 노리고 러시아 증시에 들어왔던 투기세력이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하락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아직은 러시아 경제 기반에 큰 문제가 없는 만큼 금융위기 등 극한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유럽계 투자자들이 많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외환보유액이 5000억달러를 넘어 금융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다만 증시 유동성이 취약하고 단기적으로 외화 유출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델리티EMEA주식형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닉 프라이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최근 러시아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는 기업의 펀더멘털과는 무관한 헤지펀드의 자금난 때문"이라며 "최근 낙폭이 컸던 가즈프롬 루코일 스버뱅크 등 대형주들을 펀드에 편입했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