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의 아버지' 존 템플턴 "모두가 낙담할 때 사야 큰 보상 따른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좋은 기업 사서, 제값 받을 때까지 기다려라"

'마젤란 펀드의 신화' 피터 린치 "대중과 함께 가지 않는, 역발상 투자가 해답이다"

요즘 세계 증시는 1929~32년 세계 대공황을 연상케 한다. 2년10개월간 지속된 대공황시절 미국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는 80% 이상 급락했다. 지난주 미 다우지수는 하루에만 수백포인트씩 급락, 4년 만에 10,000선이 붕괴되며 지난해 10월 고점대비 40%가량 하락했다. 중국은 1년 만에, 러시아는 불과 5개월 만에 고점대비 60% 넘게 추락했다. 이들 국가뿐 아니다. 한국 일본 대만 인도 독일 프랑스 브라질 할 것 없이 지구를 돌아가며 전 세계 주식시장이 '패닉'의 공포로 떨어야 했다.

미국 증시는 대공황 외에도 2차세계대전(1930년대),1차 오일쇼크(1970년대),블랙먼데이(1987년),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사태(1998년),IT(정보기술)버블 붕괴(2000년) 등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위기를 겪어왔다. 난세에 영웅이 나타난다고 했던가. 이처럼 시장이 요동치고 난 후에는 위기를 기회로 삼은 투자의 대가들이 등장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1920년대 청년 존 템플턴은 1939년 제2차세계 대전을 기회로 활용했다. 세계 전쟁이 터졌다는 소식을 듣고는 1달러 이하로 거래되는 모든 종목을 100달러어치씩 사들였다. 직장 상사로부터 돈을 빌려 104개 종목에 1만달러를 투자했다. 전쟁이 엄청난 수요를 창출해 불황해 빠진 미국 경제를 건져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 때문이다. 4년 뒤 그가 산 주식 가치는 4배로 불어났고 그는 이 자금으로 세계적인 투자회사인 템플턴의 모태가 된 투자자문사를 설립했다. 템플턴은 "다른 사람들이 낙담해서 주식을 팔때 사고, 다른 사람들이 탐욕스럽게 주식을 사기 위해 달려들 때 팔아야 뒷날 큰 보상이 뒤따른다"고 했다. 그는 "주식을 팔아야 할 때는 대폭락이 있기 이전이지 그 다음이 아니다"라며 "패닉에 빠지지 말 것"을 주문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좋은 기업의 가치가 크게 하락할 때 매수해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아주 간단한 원칙을 꾸준히 지켜왔다. 1990년대 후반 IT버블을 타고 1년 만에 주가가 10배나 뛰는 상황에서 그는 실리콘밸리의 주식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월가의 거의 모든 투자전략가와 분석가들은 이런 버핏을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는 완고한 투자자로 취급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IT버블이 꺼지면서 결국 버핏이 맞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에 앞서 버핏은 1973년 1차 오일쇼크와 1987년의 블랙먼데이(10월19일 22% 폭락)를 거치면서 과감한 투자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1972년 활황장에서 투자를 중단한 버핏은 1973년 시장이 폭락하자 워싱턴포스트 주식 170만주를 1100만달러에 사모아 지난해 말 14억달러로 117배나 불렸다. 또 블랙먼데이 직후인 1988년부터 1994년까지 7년간 사들인 코카콜라 주식의 가치는 13억달러에서 지난해 말 120억달러로 늘어났다.

피터 린치는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성공한 펀드매니저이자 마젤란펀드를 세계 최대 뮤추얼펀드로 키워낸 '월가의 영웅'이란 찬사를 받고 있다. 1977년 마젤란펀드의 운용을 처음으로 맡은 그는 1982년 경기침체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고 시장이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크라이슬러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이 주식은 파산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주당 2달러에 거래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린치를 "미쳤다"고 몰아세웠지만 그는 '누구에게나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과 같이 확실한 명제는 바로 미국인들이 자동차를 사야 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1981년 1억달러였던 펀드 자산은 펀드 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크라이슬러 덕분에 1983년 말 16억달러로 불어났다. 린치 역시 대중과 따로 가는 '역발상 투자'를 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남들이 다 하는 대로 하면 절대로 돈을 벌 수 없다고 얘기한다. 정영완 삼성증권 투자전략담당은 "역사적으로 보면 대공황 이후 미국 시장에서 '절대 투자를 하면 안되는 이유'는 늘 있어왔다"며 "위기를 기회로 생각하고 투자하기 위해서는 대단한 용기와 배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이사는 "자본주의 200년 역사 중 가장 참혹한 시기의 주가 조정기도 3년을 넘지 않았다는 걸 곰곰이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자신이 주식 투자에 적합한가를 우선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주식과 자신과의 궁합부터 맞춰보라"며 "시세 변동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은 투자를 안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상당히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수 있다"며 "인내와 시간에 대한 투자가 가능한 사람에게만 기회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