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작가 박훈성씨(48)의 개인전이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박씨는 목탄과 연필로 드로잉한 화면에 다양한 꽃과 식물들의 이미지를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리는 작가다. 2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는 자유분방한 운필로 채워진 화면에 진달래,나팔꽃 등의 이미지를 사진보다 정교하게 그린 '사이(Betweenㆍ사진)'시리즈 30여점이 걸렸다.

박씨의 작품은 커다란 화면 위에 필선으로 추상화처럼 드로잉을 한 뒤 그 위에 한 두 송이 꽃을 섬세하게 그려 사물 자체보다 사물들의 차이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 특징.형상과 추상,현실과 비현실,조화와 부조화의 틈새라는 의미에서 작품 제목도 모두 '사이'로 붙였다. 이는 존재와 비존재 속에서 생명의 탄생을 보여주는 것.생명력을 지닌 꽃과는 대조적인 배경 처리로 따뜻함과 차가움,구상과 추상의 이중적인 구성으로 화면을 돋보이게 했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박씨는 "내 작업은 단순히 장식적 즐거움을 주는 이미지 재현이나 난해한 개념의 시각적 유희가 아니라 이미지와 사물과의 공존 관계를 탐구하는 과정"이라며 "이미지와 사물과의 관계 탐구를 통해 인간의 고정된 시각과 개념에 변화를 주려했다. 사실적 이미지와 추상적 사물과의 '사이'에서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은 관람객의 몫"이라고 말했다.(02)732-355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