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하락해도 선물매도에서 이익 … 중소형 펀드가 주로 이용

투신권에서 연기금 등 여타 기관 자금이 투자된 펀드의 손절매(로스컷)를 피하기 위해 '선물 100% 헤지'가 성행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이 증시 급락으로 기관 자금이 들어간 펀드들이 로스컷 위기에 몰리자 현재의 수익률을 유지하려고 펀드의 보유 주식 금액만큼 지수선물을 매도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선물 매도에서 이익이 생기는 만큼 주식의 손실분을 정확하게 만회해 현재의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주가가 오르면 이번에는 반대로 선물 매도에서 손실이 나기 때문에 펀드 수익률은 높아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선물 100% 헤지'는 기관의 투자원금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하락장에서의 '버티기 전략'이기는 하지만,주식 거래 자체는 전혀 늘어나지 않아 시장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 대형 금융업체가 200억원을 투자한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A자산운용사는 주가 급락으로 이 펀드의 수익률이 -9%대로 떨어져 해당 금융업체의 로스컷 기준(-10%)에 바짝 다가서자 지수선물을 100% 매도하는 헤지에 나섰다. A사는 그동안 이 펀드의 주식 보유 비중을 절반으로 줄여 현재 100억원어치의 주식을 들고 있는데 정확히 100억원어치의 선물을 매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주가가 내리면 선물에서 수익을 올려 주식의 손실을 메울 수 있고,반대의 경우엔 주가가 오른 만큼 선물쪽 손실을 만회할 수 있어 주가 등락과 관계 없이 현 수준의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

연기금과 금융업체 등이 투자자금을 맡기는 과정에서 주가 하락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환매하겠다고 선을 긋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자산운용사들은 로스컷을 통해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최근 들어 이 같은 선물 100% 헤지 전략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의 주식운용팀장은 "주가가 올라도 펀드의 수익률을 올릴 수 없는 구조지만 한번이라도 환매가 이뤄지면 다시 해당 기관의 자금을 유치하기가 어려워 일단 손실 확대를 막기 위해 선물 헤지 전략을 쓰고 있다"며 "자산운용사로서는 하락장세에서의 '버티기 전략'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선물 헤지 전략은 주로 투자자금이 수백억원대인 중소형 펀드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1000억원 이상의 대형 펀드에서는 선물시장은 물론 현물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어 이 전략을 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원은 "선물시장의 하루 거래대금이 수십조원이기 때문에 수백억원짜리 펀드가 선물을 매도해도 시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지만 대형 펀드가 선물 매도를 대량으로 쏟아내면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인 베이시스가 악화돼 프로그램 차익거래 매물을 유발하고 이는 현물시장도 압박하기 때문에 대형 펀드는 이런 전략을 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심 연구원은 "시장수익률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는 보유 중인 주식만큼만 선물을 매도하면 되지만 대개 20∼30개 종목을 골라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액티브펀드는 수익률 변동폭이 시장수익률보다 클 수 있어 보유 주식보다 10∼20% 정도 많은 선물을 매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