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독일이 부실은행 국유화에 나서기로 하는 등 전 세계 금융위기 타개책으로 스웨덴식 해법이 급부상하고 있다.

스웨덴 정부가 1990년 금융위기 당시 취했던 구제금융 방식은 정부가 부실금융사의 지분을 직접 사줘 자본을 확충해주는 것이 골자로,영국과 네덜란드가 지난주 이를 채택했다. 정부가 직접 부실은행에 자금을 투입하면 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사주는 것보다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은 7000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 구제금융 투입방식을 부실자산 매입뿐 아니라 금융사의 부분 국유화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수정하고 있다.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은 지난 11일 정부가 은행의 우선주를 일부 매입하고 여기에 민간자본도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정부가 은행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다. 은행 지분 매입은 이르면 2주 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는 또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보증업체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매달 400억달러가량의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 등의 매입을 요청했다. 복잡한 모기지 파생상품을 사들이는 데 가장 싼 값을 부르는 상품부터 매입하는 역경매 방식이 제대로 통할지 확신이 서지 않아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동원키로 했다.

독일 정부도 은행 자본 확충을 위해 1000억유로(1340억달러)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지분을 매입하는 식의 구제금융 계획을 마련,13일 증시 개장 전에 발표할 것이라고 독일 언론들이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 6일 히포레알에스테이트(HRE)은행에 500억유로(680억달러)를 투입하고 은행 예금 전액 지급보장 조치를 취했지만 시장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영국 정부는 HBOS와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 로이즈TSB 바클레이즈 등 4대 은행에 13일 350억파운드(605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선데이타임스가 12일 전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8일 8개 대형 은행과 주택대부조합에 최소 500억파운드(약 120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우선주를 매입한다는 금융구조 대책을 발표했다. 영국은 미국과 달리 지분을 매입한 은행에 이사를 파견,경영을 감시하기로 했다. 영국은 올초 노던록은행에 이어 브랜드포드앤드빙글리(B&B)은행을 일부 국유화하는 등 스웨덴식 해법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다. 네덜란드 정부도 200억유로(약 275억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우선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15개국과 영국은 12일 파리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은행을 부분 국유화하는 방안에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정상회의에선 은행 간 대출을 정부가 지급보증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조율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한편 위기에 몰린 은행들이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국유화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아이슬란드의 카우프싱 란즈방키 글리트니르 등 1∼3위 은행이 모두 국유화됐고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합작 금융회사인 포르티스도 112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으며 부분 국유화의 길을 걷게 됐다. 여기에 지난 10일엔 우크라이나의 프로민베스트은행이 동유럽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국유화 대열에 가세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